우리는 모의장애훈련에 진심입니다 – Part 2

Oct.13.2022 임성현

Culture

안녕하세요. 저는 우아한형제들에서 TPM으로 일하고 있는 임성현입니다.

지난 4월 "우리는 모의장애훈련에 진심입니다 – Part 1."에서 모의장애훈련을 소개한 이후,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는데요. 이번 Part 2 글에서는 Part 1에 이어 구체적인 모의장애훈련 사례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Part 1 글에서 모의장애훈련이 무엇인지, 참가자별 역할과 진행 과정, 모의장애훈련 평가, 수확과 계속되는 고민을 말씀드렸습니다. 마지막에는 독자분들이 적용해 볼 만한 소소한 팁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Part 2에서는 모의장애훈련의 평가 부분을 좀 더 세밀하게 다루어보겠습니다.

물론, 지난 글에도 평가가 있었지만 참가자와 리더의 소감에 가까운 내용이어서 그 이후에 진행한 정량적 평가의 노력과 이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생각에 대해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후반부에는 지난번 글을 보신 독자분들이 문의하신 질문과 그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았습니다.

자 그럼, 시작해보겠습니다.

1. 모의장애훈련 평가

평가 왜 필요한가?

저에게 “평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학교 다닐 때에 받아본 성적표입니다. 부족한 면이 드러나면 많이 부담스럽죠.

우리는 평가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여 진행해 보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집중하고, 모의장애훈련이 꼭 필요한 팀이 어디인지도 파악해서 훈련의 효과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얼마나 개선되는지 파악해서 이후 방향을 잡아갈 때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모의장애훈련의 효과가 적은 영역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개선하도록 구분하여, 막연하게 모의장애훈련 하나로 모든 장애대응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경계 했습니다.

정량적 지표 발굴의 과정

지난 훈련에서 타 팀보다 더욱 긍정적이었던 팀 유형을 분석하고, 정기적으로 진행을 희망하는 의견 등을 모아 정량적 지표를 발굴해 보았습니다. 정량적 지표를 활용하면 타 팀보다 장애대응 준비가 더욱 필요한 팀을 찾을 수 있고, 모의장애훈련을 계속 진행하면서 어떤 변화가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 다양한 관점의 지표 후보군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 지표를 선정할 때 가장 고민했던 점은 이 지표를 받는 팀에서 쉽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정량적으로 측정하게 되면 이에 해당하는 팀에서는 평가에 대한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담당팀에서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항목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고민했던 점은 장애 재발을 막는 활동 등 전사적으로 중요하게 보는 사항을 지표에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장애대응에서 아쉬웠던 점이 무엇인지 분석했습니다. 지표가 개선된다면 이 문제도 함께 해결이 되어가는 것이니 전사적인 방향과 지표, 활동이 한 목표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러 개의 지표가 모여 최종 하나의 지표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러 개로 흩어진 지표로 본다면 직관적이지 않고,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지 파악도 어렵다보니, 각 지표를 모아 하나의 지표인 “장애대응에 대한 팀별 위험도”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이름을 짓고 나니, 모의장애훈련은 장애대응에 대해서 팀별로 위험도를 낮춰서 모든 팀이 안정적인 장애대응 준비를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장애대응에 대한 팀별 위험도에 대해 5단계로 구분해서 안내 했습니다.
5단계는 처음 측정한 값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은 대상을 세 분류로 나누어, 큰 관심이 필요한 군/좀 더 큰 관심이 필요한 군/나아가 아주 큰 관심이 필요해 위험도를 낮춰야 하는 시급한 대상군을 나누었으며 평균값보다 낮은 대상도 덜 큰 관심군과 작은 관심군으로 나누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는 없도록 설계 했습니다. 지속적인 추적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 기준 값과 단계는 이후에도 동일하게 유지 했습니다.

이 지표를 통해 가지려는 목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1차 목표: 아주 큰 관심군에 속한 팀의 위험도를 낮춘다.
  • 2차 목표: 전사 위험도포인트의 평균을 낮춘다.
  • 최종 목표: 모든 팀이 가장 안정적인 단계, 작은 관심군이 된다.

그렇게 해서 측정해 본 각 부서별 위험도 포인트는 다음 표와 같았습니다.

장애대응
<처음 진행할 때 수집한 정보입니다. 아주 큰 관심군도 몇 개 보이네요.>

이제 장애대응에 대한 팀별 위험도지표를 구성하는 카테고리와 세부 지표들을 설명하겠습니다.

3가지 카테고리에 대한 설명

장애대응에 대한 팀별 위험도(앞으로는 장애대응 위험도라고 부르겠습니다.)는 위험도포인트로 표현이 되고, 높을수록 위험한 수치를 가집니다. 장애대응 위험도를 산정하는 세 가지 카테고리를 조직, 팀이 겪은 장애, 장애후속조치로 구분하였습니다.

1) 조직

지난 훈련을 통해 훈련이 도움되었다는 의견을 모아보니, 다음의 두 경우가 가장 많았습니다.

  • 우리 팀의 신규 입사자들도 장애훈련을 통해 좀 더 장애 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새로 만들어진 팀이나 새로 오픈하는 서비스에서 훈련을 통해 장애를 대비하는 팀워크가 향상되었다

그래서 첫 번째 카테고리로 조직을 선정하고 첫 번째 세부 지표로 최근 입사자의 비율을 선정했습니다.

또, 장애 훈련을 경험했는지, 경험했다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를 두 번째 지표로 만들었습니다. 최근 입사자의 비율이 높더라도 훈련을 통해 장애대응 절차를 경험했다면 조직 카테고리의 위험도 수치가 낮아지도록 구성 했습니다.

조직 카테고리의 계산은 다음과 같이 계산 합니다.

  • 조직 카테고리 = 최근입사자 비율 포인트 x 가중치(4) + 가장 최근 모의장애훈련의 경험 포인트 x 가중치(8)
지표 상: 10포인트 중: 5포인트 하: 0포인트
최근 입사자 비율 60% 초과 10~60% 10% 미만
가장 최근 모의장애훈련의 경험 6개월 초과 3~6개월 3개월 미만

모든 지표들은 기준값에 따라 상/중/하로 나누고 그에 따른 포인트를 정한 뒤 가중치를 곱해서 합산하는 방식으로 계산 했습니다.

2) 팀이 겪은 장애

장애를 많이 접한 팀에서는 나름의 대응 방안이 공식/비공식적으로 수립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장애가 많은 팀에서는 자주 대응을 하다보니 훈련의 필요성과 효과가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장애를 분석할 때 장애가 발생한 빈도보다 지난 장애에서 개선할 점이 있는지를 주요 지표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어 외부 시스템에서 발생한 문제가 고객이 인식하기도 전에 해소된 장애 같은 경우는 위험도 증가가 매우 적고, 반대로 모니터링에서 놓쳐 고객의 문의를 받아 대응하는경우, 장애 전파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경우 등에는 위험도가 많이 증가하도록 했습니다.
(외부시스템 장애에 대해 노력해 온 좀더 상세한 이야기는 “외부 시스템 장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글을 참조하세요.)

장애 카테고리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장애 인지수단: 내부에서 모니터링에서 놓쳐 고객의 문의가 접수된 경우 많은 포인트 부여
  • 장애 전파 소요시간: 전년도 평균 전파 소요시간에 비해 얼마나 신속했는지에 따른 포인트 계산. 특히 장애전파를 하지 않고 대응한 경우엔 가장 큰 포인트 를 부여
  • 내/외부 장애: 장애 원인이 내부인 경우 많은 포인트 부여
  • 장애 등급 가중치: 장애 영향도가 높은 장애등급의 경우 많은 가중치 반영

각 장애별 계산결과를 팀 단위로 합산하여 반영 했습니다. 그리고 특정기간이내 발생한 장애만 수집하여, 최근 장애와 관련한 활동이 얼마나 적절했는지 검토할 수 있도록 준비 했습니다.

3) 미처리 장애후속 조치

이번 카테고리는 미처리 장애후속 조치입니다. 장애가 발생한 뒤에 장애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는 개선방안을 잡는 후속절차가 진행됩니다. 이 후속조치는 장애의 재발을 방지하는 작업으로 가장 먼저 진행되어야 하나, 다른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놓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잠재적인 위험이 계속 남아있는 것이죠.

그래서 목표일정이 없는 장애 후속조치 또는 목표일정이 지난장애 후속조치에 발생했던 장애 위험도를 반영한 뒤에 팀별로 합산하여 계산 합니다. 각 항목은 장애대응 위험도 계산에도 활용하고, 각 팀별로 장애훈련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이를 검토하는 시점에 팀장, 테크리더에게 후속조치 진행에 대해 안내 드립니다. 혹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요청도 받고, 일정과 우선순위 조정도 함께 진행 합니다.

그리고 이 접근이 실제 도움이 됩니다.

미처리 장애후속조치를 구성하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경과 시간: 장애후속조치의 완료일자가 오래 경과되면 많은 포인트 부여
  • 장애 등급 가중치: 장애 영향도가 큰 경우 많은 가중 값 반영

발굴한 지표 안내 및 활용

위와 같이 고심하여 지표를 만들고 놓고 사용도가 떨어진다면 참 아쉽겠죠? 안내와 활용에 대해 다음 사항을 고민했습니다.

정량화 지표 안내 및 사용자 활용 방안 제공

가장먼저 안내메일을 발송 했습니다. 정량화 지표를 만들었고, 이후에 장애대응 위험도에 따라 진행한다는 내용으로, 취지와 절차, 기대사항을 포함해서 안내했습니다.

장애 대응 안내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분은, 회사에 입사하시면 됩니다.>

이 메일을 보내고 여러 팀으로부터 반가워하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 장애대응 위험도를 언제 누구라도 조회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모의장애 훈련의 대상팀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 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 모의장애훈련의 대상팀을 선정한 뒤 안내 메일을 보낼 때에 각 팀 단위로 어떤 이유에서 대상에 선정되었는지 설명하는 내용을 함께 보내드렸습니다.

즉, 장애대응 위험도 측정을 통해 나온 결과가 하나의 지표로 표현이 되면서 동시에 어떤 부분에 중점적으로 개선 활동이 필요한지 안내했습니다.

사실, 이 작업의 많은 부분은 건강검진 결과를 많이 모방했습니다. 신체 지수, 검사 결과를 모두 모아서 어떤 것을 개선해야 할지 알려주는 것과 유사하게 안내하도록 구성했습니다.

장애대응 안내 메일
<각 팀마다 이렇게 하나하나 메일을 발송하고 사전미팅에 초대 했습니다.>

매월 상위등급 3 ~ 4개 팀을 대상으로 다음달 진행을 안내했습니다. 모의장애훈련을 진행한지 얼마 안 된 팀이라 하더라도 위험도가 계속 높은 팀은 훈련을 진행하도록 준비했습니다.(다행히 이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정량화 지표 활용해서 얻은효과

정량화 지표를 통해서 장애대응 위험도가 가장 높은 팀을 파악하니, 뜻밖에 ‘시스템신뢰성개발팀’이었습니다.전사의 인프라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팀으로 한 번 장애가 발생하면 범위와 심각도가 크고, 장애 후속 조치의 영향도가 넓으면서 난이도가 높았습니다. 최근 합류한 인원이 많으면서 다른 팀의 모의장애훈련 진행을 도왔지, 직접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파악된 즉시 모의장애훈련을 준비하고 진행해, 장애대응의 위험도를 53% 낮출 수 있었습니다.(정말 고생이 많은 시스템신뢰성개발팀이 어떤 일을 하는지는 다음 문서를 참조하세요: 시스템신뢰성개발팀을 소개합니다.)

정성적 효과, 그래도 필요하다

정량적인 효과를 측정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많은 장점에도 정성적인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팀 한 팀 인터뷰를 통해 각 팀의 ‘이야기, 사연’을 알 수 있습니다.

개발팀 A의 사연입니다.

“새로 팀이 만들어지면서 운영 중인 서비스의 장애를 대비해야 했습니다.
챙겨야 할 많은 작업들 중에 장애의 이야기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서로 아직은 어색해서 논의가 어려웠는데, 장애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팀장과 설계자가 함께 이야기하고, 장애훈련 회고하면서 팀원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듣고 개선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팀원들의 합이 맞아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장애상황에서도 전체 팀원들이 훈련처럼 함께 대응하면서 더 팀웍도 좋아진 것도 체감할 수 있었고요. 그런 의미에서 좋았습니다. 팀웍은 모의장애훈련을 통해 얻은 눈에 보이지 않는 팀의 정말 큰 수확이며 자산이었습니다.”

개발팀 B팀의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의장애훈련 이후 개선사항으로 팀 내의 장애대응 절차를 정리해야겠다 하고 의견이 모였습니다. 이때에 이미 이 내용을 고민하여 적용했던 다른 팀의 사례를 전달받아, 우리 팀도 좋은 사례를 따라하면서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잘하고 있는 타 팀에서 하는 활동이 궁금했는데, 이에 대해 참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발팀 C팀의 사연을 들어보았습니다.

“팀장과 설계자는 매번 장애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모의장애훈련에서 얻은 효과는 저희가 장애에서 살짝 벗어나 바라보면서 배우는 것입니다. 매번 장애대응 안에서만 있다가 바깥에서보니, 유관부서는 무슨 관심사가 있는지, 특히 어떤 내용을 포함해서 전달 해주면 좋을지, 그리고 왜 답답해하는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팀의 관점으로 우리 팀을 바라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였습니다.

다음엔 이 내용을 고려해서 장애대응하겠습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발굴하면 다음 모의장애훈련을 진행할 때 도움이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한 것 처럼, 팀워크가 좋아졌다는 것은 정량화하기 어려운 항목이기도 하고 무리하게 정량화하다 보면 복잡해지니, 이렇게 스토리로 이야기할 내용은 다른 방법으로 안내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서로 보완적인 셈이죠.

모의장애훈련을 평가해본다면?

정량적 측정 결과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매월 전사 장애대응 위험도의 수치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첫 달 대비 둘째 달에 11% 감소했으며, 둘째 달 대비 셋째 달에 17% 감소했습니다.
이는 장애훈련을 진행한지 오래된 팀에서 훈련을 진행했다는 점과 미처리 건수를 사전 미팅 때 안내하고 개선한 활동도 있습니다만, 지표가 없었다면 진행에 따라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파악이 어려웠을 겁니다.

정성적 평가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팀워크가 좋아졌다는 것을 무리하게 정량화하다 보면 너무 복잡해지다 보니, 스토리로 풀어갈 것은 그대로 남기고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서로 보완적인 셈이죠.

여기까지 우리가 고민하고 적용하면서 검토한 모의장애훈련 평가에 대해 이야기 드렸습니다.
사실, 측정한 기간보다 지표를 만들고 검토한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 것 같습니다. 대신, 지표를 만드는 노력은 한 번이지만, 측정은 계속되니, 그 이후 효과를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2. 모의장애훈련 에피소드

지난번 모의장애훈련에 대한 글과 장애대응에 따른 글을 보고 회사 내/외부의 독자분들께 받은 질문과 답변드린 내용을 모아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차근차근 이야기하듯 답변을 이어가 볼게요.

장애와 관련한 활동을 할 때 어떻게 관련 팀의 호응을 얻어낼 수 있었나요?
가장 많이 받은 이 질문부터 답변을 드려 볼게요. 장애는 이야기하기 껄끄럽고, 장애대응 프로세스는 더욱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렇지만, 조직에서 이 내용을 회피하면 장애를 대비하는 능력이 향상될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오랜 시간 불편을 드리는 상황이 계속 발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가장 먼저 “신뢰 자산"을 쌓는 데 노력했습니다. 개발팀에서 어떤 부분이 장애대응에 어려운지, 전파받는 곳과 의사결정하는 곳에서는 어떤 것을 원하는지 계속 듣고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장애대응실 상황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장애를 함께 대응했습니다. 부족한 것은 장애 대응이 모두 마친 뒤에 나중에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모의장애훈련을 통해 장애를 더 잘 대응하는 방법을 팀 안과 밖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전사적으로 바라보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우리 팀에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그 자리에 장애대응 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팀도 함께 참여해서 다른 팀의 사례, 궁금한 점을 이야기드렸습니다. 그리고 개선을 요청할 때 장애대응 절차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최대한 반영하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애 종료 이후 장애의 책임이 개인에게 있지 않다는 점을 계속 지키며 후속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장애 보고서 작성을 요청할 때 담당자가 장애 복구를 모두 마치고 하루쯤 뒤에 확인했습니다.(급한 상황에서는 좀 더 일찍 물어보기도 했습니다만.) 원인 분석과 해소 조치를 할 때에도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었습니다. 간혹 자책하고 있는 개발자가 있다면, 팀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찾아보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프로세스를 담당하고 장애를 지원하는 조직, 모의장애훈련을 진행하는 담당자와 개발팀의 구성원들과 신뢰가 쌓이고, 그 신뢰 자산을 가지고 이 일을 진행했습니다.

신뢰 자산이 충분하지 않을 때, 장애대응 절차와 훈련 등 모든 활동을 진행하는 팀과 관련팀은 서로 같은 생각하기 어렵고 모두 소모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입니다.

모의장애훈련이 실제 장애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나요?

모의장애훈련은 장애를 방지하는 것에는 큰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장애에 취약한 부분을 발견하고, 아키텍처를 개선하는 등의 작업이 더 효율적입니다.

대신, 장애가 발생할 때 팀과 관련 조직이 유기적으로 장애를 대응하는 과정의 숙련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입니다. 정량적으로 장애대응에 대한 팀의 준비 수준을 높이는 것을 이야기한 것처럼, 그 부분에 도움을 줍니다. 사례를 통해 본다면, 다수의 팀에서 훈련 후 얼마 안되어 실제 장애를 맞을 때, 기존보다 팀원들의 손발이 맞고 놓치지 않고, 관련팀에서 대응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묻기 전에 전달할 수 있었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 부분이 실제 장애 때 도움을 주는 영역으로 생각합니다.

장애 발생의 방지는 찾아가는 기술위원회, 아키텍처 리뷰 등을 통해 장애에 취약한 구조를 검토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했고, 모니터링 강화와 시스템 오픈 전 체크리스트 등 다른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모의장애훈련을 진행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나요?

모의장애훈련은 저도 아직 안 가본 길입니다. 하나하나 밟아가며 진행하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진행하고 나서 아쉬운 점이 있는데, 자동화와 세부적 마일스톤이 아쉽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장애위험 지표를 선정한 뒤에 곧바로 자동화를 했다면 어땠을까 합니다. 특히 지표수집의 자동화가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인데, 주기적으로 집계할 때 며칠간의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조직이 변동될 때 이전 집계 내용과 팀/조직이 달라지는 것을 검토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빠르게 수집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자동화 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은 방법으로 변화를 줄 때에도 효과적이었을 것 같네요.

두 번째 아쉬움은 세부적 마일스톤입니다. 탄탄히 다질 때와 앞으로 나설 때를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탄탄히 다지고 있다 보면 경험을 반복하면서 얻는 점도 있지만, 다음 단계로 나서는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후 단계들의 큰 그림은 있었지만, 세부적으로 작은 단계들에 대한 계획과 적절한 시점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네요.

왜 아는 내용으로만 모의장애훈련을 진행 했나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시나리오로 진행해 볼 수도 있지 않나요?

이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다만, 취지를 말씀드리면 모의장애훈련은 지난 장애 상황에서 장애를 대비하는 주 인력이 빠졌을 때에도 팀의 다른 인원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알고 있는 시나리오, 장애를 가장 많이 겪은 분이 설계한 내용을 기반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내용을 보시는 독자분들의 상황과 회사 환경에 맞춰서 진행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회사에 적용해 보고 싶어요!

이대로 적용하신다면, 낭패를 겪을 수 있습니다. 🙂 무엇보다도 우선 고려할 것은 우리 조직에 무엇이 필요한가?입니다.

필요를 진행자 입장이 아닌, 관련 팀의 의견과 필요를 듣고 진행해 보시길 바랍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신뢰 자산’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활동의 목표를 ‘고객’으로 삼아서 진행하시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드렸고, 적용의 팁을 드렸는데 최종적 목표는 고객에게 얼마나 안정적인 서비스를 할 수 있을까?라는 점입니다. 이것을 잊지 않고 꾸준히 검토하고 실행해 간다면 독자분들의 서비스도 더욱 안정적이 될 겁니다.

나가면서

이제 Part 2를 마무리하게 되니, 밀렸던 숙제를 한 느낌입니다. 조금씩 밟아보지 않은 길을 걷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와 같이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작지만 유용한 참조 자료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들의 도전 이야기를 듣고 싶고, 저 또한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워가고 싶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
<이번 시즌 3의 20번째이자 2022년의 마지막 훈련을 진행한 팀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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