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쉽게, 로그인은 실패 없이! 휴대폰번호로 계속하기

Feb.27.2024 황윤주

PM

회원 가입을 하려다 귀찮아서 포기한 적 있으신가요?
로그인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답답한 적 있으신가요?

배민에는 이메일, 카카오, 네이버, 페이스북 로그인을 비롯해 다양한 가입/로그인 수단이 있는데요. 바로 얼마 전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이메일 가입/로그인’이었습니다.


(불과 1년 전, 이메일 가입/로그인이 메인이었던 배민)

그런데 이메일 가입/로그인은 아픈 손가락이었어요. 이메일 가입을 시도하는 사용자가 10명이라면 6명은 가입을 완료하지 않고 도중에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나 네이버로 가입하는 사용자는 10명 중 7~8명이 가입을 완료하는 것과 대조적이었어요.

게다가 카카오나 네이버에 로그인되어 있으면 버튼 클릭 한 번만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SNS 로그인과 달리, 이메일 로그인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비밀번호를 잊어버리는 사용자들이 많아 로그인 시도 실패율도 굉장히 높았습니다.

결국 이메일 가입/로그인을 대체할 다른 방법을 고민하기로 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설과 검증을 통해 알아보기


기획은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알아야 어떻게 개선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이메일 가입은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습니다.

  1. 이메일 가입을 하면 SNS 가입보다 입력할 정보가 많으므로 도중에 포기하는 사용자가 많을 것이다.
  2. 로그인 실패는 아이디/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로그인 수단 자체를 혼동해서 발생할 것이다.

가설 검증을 위해 이메일 가입의 단계별 이탈률을 퍼널(서비스에 유입된 사용자가 가입/구매 등 전환에 이르기까지 단계를 분석하는 방법)로 확인하고, 로그인 실패 로그와 로그인 실패 후 다른 수단을 통한 로그인 성공 로그 등을 확인해보았어요.

가설 검증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본인인증 과정에서 20%가 이탈했고, 이메일 인증 과정에서 10%가 추가로 이탈했으며, 비밀번호 입력 과정에서 6%가 더 이탈했습니다.
  2. 매일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가입 수단을 기억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로그인 실패가 로그인 성공보다 많았습니다.

이메일 가입 과정에 본인인증과 이메일인증이 필수이기 때문에 인증을 두 번이나 해야 한다는 사실이 큰 허들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게다가 SNS 가입 때는 입력할 필요가 없는 이메일,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죠.

이런 데이터를 통해 몇 가지 개선 포인트를 발견해냈어요.

  • 본인인증에서 이탈을 줄일 것
  • 정보 입력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할 것
  • 아이디/비밀번호, 로그인 수단을 몰라도 로그인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 것

여기까지 정리가 되자 프로젝트의 배경과 목적, 개선 방안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할 차례였습니다.


회원가입의 미니멀리즘


회원가입 개선의 핵심은 ‘최대한 쉽게 가입시키자’ 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과감하게, 가입에 반드시 필요한 약관, 본인인증만 제외하고 몽땅 생략해버리는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 이메일(=아이디) > 생략
  • 비밀번호 > 생략
  • 닉네임 > 생략
  • 약관 동의 > 법적으로 생략 불가
  • 본인인증 > 중복 가입 탐지 및 회원 식별을 위해 생략 불가

본인인증만 남겨놓고 아이디도, 비밀번호도 없애면 로그인은 어떻게 하냐고요?

로그인도 본인인증으로 해버리면 됩니다. 본인인증으로 로그인하는 게 번거로워 보일 수 있지만, 배민 앱은 직접 로그아웃하거나 기기를 변경하지 않는 한 자동 로그인이 풀릴 일이 없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봤어요. 게다가 본인인증은 자신의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번호만 잊지 않는다면 절대 실패하지 않는 로그인 수단이었죠. a.k.a 패스워드리스 로그인입니다.

다시 말해 가입 절차를 파격적으로 줄이면서도 로그인 실패는 없애는, 일석이조의 해결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닉네임은 예전에 어뷰저들의 닉네임을 랜덤하게 재설정하기 위해 ‘랜덤 닉네임풀’을 생성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걸 그대로 활용해서 최초의 닉네임은 랜덤하게 생성하기로 했어요. 지금 휴대폰번호로 배민에 가입하면 ‘기타치는 김치찌개’ 같은 흥미로운 닉네임을 가질 수 있답니다.

UX에 대한 고민 한 스푼

생략할 수 없는 기능도 그대로 두지 않고 개선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무엇보다 본인인증 과정에서 너무 많은 이탈이 발생했기 때문에 UI/UX를 개선해 보려고 했습니다.

기존 본인인증에는 인증 대행사에서 제공하는 화면을 조금 변경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원하는 대로 디자인을 수정할 수 없어서 결국 대행사와 통신 방식을 변경하는, 규모 있는 개발 과제를 함께 진행하기로 합니다. 그 결과, 마음껏 본인인증 사용성 개선을 고민해 볼 수 있었어요.

본인인증 과정에서 이름, 생년월일, 성별, 통신사 등 입력할 정보가 많은데, 어떻게 하면 사용자의 불필요한 액션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사용자가 한 가지 정보를 입력한 후 다음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또 다른 액션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과정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습니다.

그런 고민 끝에 이메일 가입보다 훨씬 간소화된 전화번호 가입 플로가 완성되었어요.

여기까지, 아주 멋진 계획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어쩐지 싸늘한 기분이 드는 건 왜 때문이었을까요..


리스크에 대비하는 준비된 PM의 자세


그러던 어느 날 팀장님으로부터 날아온 DM

갓벽한 줄 알았던 계획에 비용+리스크+사용성 문제가 와르르 터져 나옵니다.

회원의 정책 변경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데다,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법무, 정보보안, 고객 서비스, 유관시스템 담당자들에게 크로스체크를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회원 도메인 담당자들은 리스크를 감지하는 센서가 고도로 발달하게 됩니다.🚨

본인인증으로 가입/로그인을 할 경우 예상되는 리스크는 크게 2가지였어요.

  1. 로그인도 본인인증으로 하기 때문에 본인인증 비용 증가 예상
  2. 비마트, 배민스토어에서 주문 시 이메일이 필수인데, 주문 과정에서 이메일을 수집할 경우 주문 사용성 이슈 예상

리스크 검토를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문제이긴 했는데요. 법무 검토를 거치고, 유관부서 영향도 파악을 하고, 비용 증가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점점 심각한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과제 방향을 틀어야 할 수도 있게 된 거죠.

17개 부서의 검토 결과를 취합하는 데만 거의 한 달이 걸렸어요. 기획 착수와 거의 동시에 리스크 검토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일정을 맞추지 못했을 거에요.

리스크가 팀 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판단되어 상위보고를 진행했는데요. 그 결과, 주문 과정에서 이메일 수집이 허들이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휴대폰번호로 계속하기’를 했을 때 본인인증을 거치고도 이메일을 추가로 작성하게 된 이유죠.

이 과정을 거치면서 또 한 번 리스크와 영향도를 검토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과에 따라서 기획 방향이 바뀌는 정도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엎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자나깨나 리스크 조심, 꺼진 리스크도 다시 보도록 합시다.


문제 해결을 위한 설득과 실험


가입 시 이메일 수집 절차를 없애는 데는 실패했지만, 기획 과정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항상 포기하는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원하는 방향이 있다면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어요.

문제의 원인은 해결하되 다른 수용 방법 찾아보기

가입 절차를 쉽게 만든다는 목표와 가입 시 이메일 수집이 필수라는 요구사항은 상충됩니다. 이메일 수집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사결정이 되었지만 기존 이메일 입력/인증 기능을 그대로 써야 할까? 그러지 않고 이메일 입력을 받되, 이메일 인증은 생략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물론 이런 의사결정을 위해 또 한 번 리스크 검토를 받고 지난한 협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인증된 이메일이 아닐 때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했고, 나중에라도 인증된 이메일로 수정하는 기능도 프로젝트 스펙에 추가되어야 했죠.

기획을 하다 보면 아주 사소해 보이는 변화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과 고민이 필요한지 실감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고민 끝에 이메일 인증이라는 가입의 큰 부담을 하나 덜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통해 설득하기 (데이터가 없다면? 실험을 제안해보자)

본인인증으로 로그인하면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때문에 ‘휴대폰번호로 계속하기 버튼을 잘 안 보이게 숨기자’는 제안도 있었는데요. 가입과 로그인을 편리하게 하려는 건데 버튼을 숨겨버리면 개선의 의미가 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버튼이 메인에 노출됐을 때 비용 증가가 클지 어떨지는 오픈해보기 전까지 모르는 일이었죠. 그래서 당장 설득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민을 기획 리뷰 과정에서 털어놓았더니 개발자분들이 먼저 실험플랫폼을 이용한 A/B 테스트를 제안해 주었어요. 그래서 본인인증으로 가입/로그인을 하는 ‘휴대폰번호로 계속하기’ 버튼을 강조하는 A안과, 다른 가입 수단들 하단에 텍스트 버튼으로 작게 노출하는 B안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게 되었어요.

실험 결과 ‘휴대폰번호로 계속하기’ 버튼을 강조한 안이 당연히 유입이 많고 그만큼 인증 비용이 증가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계정을 찾지 못하는 사용자들이 계정찾기를 시도하는 대신, 휴대폰번호로 로그인을 하면서 어느 정도 비용이 상쇄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또한 가드레일 지표(떨어지거나 넘어서는 안 되는 지표)로 설정해뒀던 인증 비용을 초과하지 않았고, 휴대폰번호로 가입/로그인을 할 때의 사용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A안을 위너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설득과 실험의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것은 목표가 명확하고,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있다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더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어요. 리스크 검토 담당자분들조차도 개선 방향에 공감해주시고 반영할 방법을 찾아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과? 가입은 쉽고 로그인 실패는 줄었습니다!


휴대폰번호로 가입 기능 오픈 후 가장 놀라운 성과는 가입 전환율이었습니다. 30%대의 이메일 가입 전환율이 70%대로 풀쩍 뛰었습니다. 다른 가입 수단과 비교하면, 네이버 로그인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개선되었어요.

게다가 휴대폰번호로 가입에 걸리는 시간은 카카오나 네이버 가입 소요시간보다 절반 가까이 단축되어, 배민의 가장 빠른 가입 수단이 되었어요.


(카카오, 네이버 수준으로 전환율 회복)

로그인은 얼마나 편해졌을까요?

오픈 이후 로그인 실패율은 48%, 계정 찾기 시도는 35% 감소했습니다. ‘휴대폰번호로 계속하기’를 하면 기존에 다른 수단으로 가입한 사용자들도 누구나 이름, 생년월일, 휴대폰번호만 입력하면 로그인에 성공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해서 가입을 쉽게, 로그인은 실패 없이!라는 프로젝트의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전부 담지는 못했지만 ‘전화번호 기반 가입/로그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던 이번 프로젝트는 사전 과제도 굉장히 많았고, 이런저런 검토와 협의의 시간을 모두 합하면 처음 아이디어를 발의해서 오픈까지 꼬박 1년이 걸린 프로젝트였어요. 그렇게 고심할 만큼, 서비스 시작을 위한 회원가입과 로그인은 허들이 되어선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더라도 사용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을 들인 만큼 좋은 지표가 나와서 정말 다행이었죠.

배민 가입이 얼마나 편리해졌는지 궁금하신가요? 아직 배민 회원이 아니라면 지금 한 번 가입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