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
배민서비스개발팀에서 백엔드 개발을 하고 있는 김다인입니다.
여러분은 책 읽는 것 좋아하시나요?

또 책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경험한 것이 있었는데, ‘깊이 생각하기’였습니다. 이전까지는 특정한 환경이나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면 스스로에 대해서나 어떤 아이디어에 대해서나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책을 읽으면서 강제로 깊이 생각하기가 발동되었다고 해야할까요? 바쁘거나 피곤한 시간을 보내고 있더라도 책을 읽는 그 순간에는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고 미래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2. 다시, 책으로
 그대로입니다.
- 글을 읽는 능력은 후천적인 것이다.
- 자주 접하는 매체에 따라 우리 신경회로는 그것에 맞게 변형되어간다. (뇌의 신경가소성)
- 깊이 읽기를 어렵게 하는 디지털 매체에 수없이 노출되어 살아가는 우리에게서 ‘깊이 읽기 회로’가 점점 쇠퇴해가고 있다.
- 훑어보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글을 천천히 읽으면서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 인터넷 신조어 tl;dr (= too long; didn’t read)
- 이는 읽기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복합적인 의사결정, 무언가에서 통찰을 얻는 것, 그리고 공감하는 능력의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 디지털 시대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독서를 잃어버리지 말자. 깊이 읽기 능력을 보존해가자.
읽으면서 저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샌가부터 영상이나 짧은 글들에 익숙해져서 긴 글을 보면 일단 거부감부터 드는 것을 많이 느꼈고, 글을 읽는데 무슨 내용인지 파악이 잘 안되어서 문장을 다시 읽었던 적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개발할 때 기술문서를 읽고 이해하는 것에 있어서도 장애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읽으면서, 독서가 저에게 단순히 도움을 주는 차원을 넘어서 읽기 능력을 포함한 많은 것들의 회복, 그리고 저의 개발 능력의 증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계획했던 대로 더 큰 동기부여를 받고 독서를 이어가게 됩니다. 언젠가 책 읽는 게 습관이 되어갈 즈음 기술문서를 읽는데 잘 읽혀서 안도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참고로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좀 두껍고 문장이 어려운 것들이 꽤 있어서 몇 챕터 읽고 나서는 책갈피를 껴두고 다른 책들을 동시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독서를 다시 시작하는 시기에는 어떤 한 책을 완독하는 것보다 책을 지속적으로 읽어가는 습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경우 스스로에게 다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는 분량 정도만 읽는 것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저도 수개월에 걸쳐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관련 없는 이야기지만 책 표지 질감이 무척 좋습니다.ㅎㅎ
3. JOBS ARCHITECT 건축가: 빛과 선으로 삶을 그리는 사람 | 마케터의 일 | 디자인의 디자인
 에디터들이 이 시대의 건축가들과 나눈 이야기를 모은 일종의 인터뷰집인데요, 챕터가 잘게 나누어져 있어 읽기 매우 편합니다. 책도 작고 가벼워서 식사할 때 한 손에 들고 보거나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아무 때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기대했는데, 읽다보니 결국에는 제 자신을 돌아보는 것으로 수렴하게 되더라구요. 『사장의 마음』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폭넓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 내용 중에 한 답변을 소개해보고 싶은데요.
디자인할 때는 어떤 대상을 최대한 정면에서 바라보고 꾸밈없이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 잠시만 한눈팔아도 금방 불순물이 섞여버려요. 트렌드나 눈에 띄고 싶은 마음 같은 것들이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지나치면 오히려 그것이 함정이 되어 사용하기 힘든 물건이 되기도 해요…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록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물어봐요. "진심이야? 이게 정말 필요해?"라고요.
매거진 B 편집부, 『JOBS ARCHITECT 건축가: 빛과 선으로 삶을 그리는 사람』, REFERENCE by B(2020), p181.
건축이나 디자인의 개념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많이 사용되어서 그런 걸까요?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의 통찰이지만 제 일과 삶에도 충분히 교훈 삼을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마케터의 일』의 경우에는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분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더 피부에 와닿는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인상 깊었던 부분을 여기서도 소개해보자면…
안 되는 이유를 말하기는 참 쉽습니다. 게다가 안 되는 이유는 엄청 많아요… 더 아는 사람, 고민 많이 한 사람처럼 보이고 똑똑해 보이고, 멋져 보이기도 할 거에요… 그런데 이게 정말 똑똑하고 멋진 것 맞나요? 사실은 두렵고, 안하고 싶은 것 아닐까요? 책임지기 싫고, 일을 실현하려는 마음이 없는 것 아닐까요? 실현시키고 싶은 일이 있으면 되는 방법을 찾고, 방법이 보이지 않으면 새로 만들어서라도 되게 합니다. 재미있는 게, ‘이거 해보고 싶다, 되도록 해보자’ 하고 덤비면 되는 방법이 정말 나오기도 한다는 거죠. 되는 방법부터 찾고, 안 될 이유들은 고치고 개선하면 됩니다.
장인성, 『마케터의 일』, 북스톤(2018), p.121-123
안 되는 이유부터 말할 것인가, 아니면 어떻게든 되게 해볼 것인가? 읽을 때도 많이 반성했는데 지금도 다시 반성하게 되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힘을 많이 얻은 글귀도 있었는데요,
작고 사소한 것, 그런데 어쩐지 마음이 쓰이고 좋아하는 것들로 시작해보세요. 저절로 될 때까지 두지 말고, 일부러 좀 더 가본다는 느낌으로. 마음을 기울여서, 그 마음이 조금 쏟아지게 만들어보세요. 그렇게 시작합니다. 사소한 것에 일부러 좀 더 마음을 쏟아보세요. 나중에 ‘그게 시작이었다’고 추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장인성, 『마케터의 일』, 북스톤(2018), p.36
이 부분을 읽고나서 그동안 생각만 했던 것들 중에서 몇가지를 실제로 실행해봤습니다. 앞으로는 해보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서 좀만 더 마음을 기울여보자, 한발짝만 더 내딛어 보자 하고 다짐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기회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회에 제가 가까이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후 실천으로 옮기는 그 과정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무척 즐거웠고, 또 제 삶에서 새로운 기회와 통찰들을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계속 그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디자인의 디자인』은 사실 머릿말 이후로 더이상 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나름 예술적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같은 한국말인데 이렇게 난해할 수가 있을까요? 얼마 읽진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직군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때론 읽지 않은 책이 있어도 괜찮다…는 걸 여러분과 나누어보고 싶어서 소개합니다. 그래도 이책도 언젠가 다시 돌아와 이어서 읽게될 때가 오지 않을까요?
4. 소프트웨어 장인
가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개념들을 연관 지어서 다양한 맥락에 두루 쓸 수 있는 개념 추론 능력이다… 도전 과제의 범위가 한정되고 반복되는 것일수록, 그것은 자동화할 가능성이 더 높다. 반면에 어느 한 문제나 영역에서 얻은 개념 지식을 전혀 다른 새 영역에 응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보상이 따를 것이다." – 데이비드 엡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열린 책들(2020),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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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전문화를 낳는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폭넓음의 등대들이 있다… <어떤 도구도 전능하지 않다. "모든" 문을 여는 마스터키 같은 것은 결코 없다.> 그들은 어느 한 가지 도구를 휘두르기보다는, 전체 도구 보관소를 지키고 도구를 더 모으는 일을 한다. 그리고 그들은 초전문화 세계에서 레인지의 힘을 보여준다." – 데이비드 엡스타인,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열린 책들(2020), p374.
어디서 ‘경력은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이다.’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함께 떠오릅니다. 각자에게 한가지 수직적인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으로부터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기도 하고, 쓸모없어 보였던 경험이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의 큰 영감이 된다는 것에 크게 동의했습니다. 읽고 나서 제가 가지고 있고 더 발전시켜야 할 저만의 퍼즐조각들은 무엇일까 더 돌아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들을 전부 모아서 저만이 잘 할 수 있는 일들을 만들어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 이런 생각은 외부에서 요구하는 특정한 프레임에 맞춰서 나 스스로를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관심사, 재능, 모든 것 하나하나가 귀한 것이고 이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것에 더욱 즐거움과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마치며
개발서적을 사러간 김에 한 두권 구매하기 시작한 책들이 어느 순간부터 읽히기 시작하고 저에게 기대했던 것 이상의 유익을 안겨주었습니다.
하나의 간증같은 이야기 같기도 한데요, 아직 독서가 자연스럽지 않은 분들에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되어드리고 싶고 독서에 이미 익숙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추천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장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우리인만큼, 독서와 관련된 저의 일종의 성장일기가 여러분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또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책 표지 출처: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