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연성체를 맞이하며

Oct.10.2016 조영일

Culture

연성체 때문에 행복한 연성이 아빠가

배달의민족 연성체가 발표됐습니다

2016년 한글날을 맞아 네 번째 발표된 [배달의민족 연성체](https는 제게 좀 특별한 의미입니다.

인원이 10명도 되지 않던 시절부터 우아한형제들은 약간 특이한 행보를 해 오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는 PC용 폰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 이듬해부터 매년 하나씩 폰트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될 지 (저는) 정말 몰랐고, [배달의민족 한나체](https를 사용한 인쇄물, 광고, 책, 간판이 나올 때마다
구성원들은 사진을 찍어 서로에게 공유하며 기뻐했는데, 지금 서점을 가 보면 굉장히 많은 책 표지에 사용되고 있고, TV 자막으로 [한나체, 주아체, 도현체](https를 끊임없이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셔서 너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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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나체, 주아체, 도현체, 연성체 포스터]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걸 먼저 말씀드리자면,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님이 하고 싶어서 시작된 폰트 제작”은 매년 하나씩 발표하고, 5개년 개발계획으로 시즌1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하나 밖에 안 남았다, 왜 다섯 개만 만드느냐,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 등의 이야기들이 많은데, 작은 회사 입장에서 폰트 제작을 언제까지고 계속 할 수 없어서, 시작할 때 5개를 목표로 꾸준히 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1년 전에 시작된 인연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된 적이 있지만, 우아한형제들은 폰트의 이름을 구성원들의 아이 이름 중에서 선택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한나체와 두 번째 주아체는 김봉진 대표님의 두 아이들 이름을 따서 정해졌고, 세 번째부터는 전체 구성원들의 아이 이름을 그 구성원의 근속년수 만큼 통에 넣어, 뽑기를 진행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근속기간이 긴 사람이나, 아이가 많은 사람이 배려되는 룰인데, 오래 근속했고, 아이가 많다고 해서 꼭 선택되지는 않는 것이 더 즐겁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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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체 Ideation Development에서 발췌]

세 번째 폰트에서 이런 방식이 발표됐고, 이미 제외대상이 된 대표님을 제외하면 근속년수와 아이들 수의 곱이 가장 많은 사람은 저였습니다.
아직 돌도 안 지난 다른 분의 아이의 이름이 선택되며 이 방식이 얼마나 재밌는지 실감했고 ㅎㅎ, 2015년 네 번째 폰트로 제 첫째 아들 이름이 불렸을 때, 직장 생활 18년 중 이렇게 기쁜 적이 있었던가 싶게 기뻤습니다.
사실 무슨 소유권을 갖게 되거나, 어떤 형태의 물질적인 이익이 생기는 것은 전혀 없는 이 혜택은 당사자로서는 정말 재밌는 경험을 하게 하는데, 전사 구성원들에게 계~속 축하를 받고 있습니다.
뽑기에 뽑혔을 때부터, 네 번째 폰트를 어떤 모양으로 만들기로 했다 (와~ 축하해요)
첫 번째 시안이 나왔다 (폰트 너무 예뻐요, 축하해요~)
연성이 생일선물로 시안을 가지고 포스터를 만들었다 (연성이 생일 축하해요~)
마무리 단계이니 검수를 함께 하자 (PC에 설치하실 수 있어요, 축하해요~)
거기다 지금은 2016년 한글날을 기념으로 폰트를 발표했는데 축하는 제가 받고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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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체 Ideation Development에서 발췌]

우아한형제들은 이것저것 뽑기를 정말 많이 합니다.
업무 상의 결정이 아닌, 생활에서의 우선권(?)을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으로 많이 사용하는데, 이런 뽑기는 약간의 물질적인 이익이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영화관람권이나 문화상품권이 생겨서 세 명에게 나눠 준다거나, 회사로 들어온 명절 선물을 나눠 준다거나.. 이런 뽑기에 제가 선택되지 않아도 모두들 궁시렁거릴 틈도 주지 않습니다.
더 큰거 뽑히셨잖아요, 그거면 됐지요, 올해 운을 다 쓰셨어요… 위에 말씀드렸듯이 폰트 이름은 뭔가 물질적인 이익은 전혀 없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저도 뭐 그런거 하나도 안 뽑혀도 괜찮습니다.
앞서 발표된 한나체나 주아체, 도현체의 성장 과정들을 봐 왔지만, 연성체는 아직 어떻게 성장할 지 알 수 없고, 앞으로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게 될 지는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감정으로 풍부하게 행복한 경험과 미래가 기대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고,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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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형제들 2015년도 전사플레이샵에서. 아싸~]

수고한 분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축하와 칭찬을 받아야 하는 분들은 제가 아니죠. 지금까지 1년 동안 연성체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은 분들이 주인공이고, 그 수고에 많은 박수를 보냅니다.
[컨셉을 정하고, 실제 제작도 함께 하신 김봉진 대표님의 이야기](https와
[우아한형제들 블로그의 글](https를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담당인 민지희 선임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주도 호박엿 입간판에서 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붓펜으로 열심히 써 봤는데, 생각보다 붓펜이 너무 얇아서… 처음엔 의도한 느낌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림으로 그려 보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외곽선을 일일이 다듬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숨은 수고가 많이 느껴졌는데요, 입간판을 직접 쓰신 그 분이라면 나머지 글씨들을 어떻게 썼을까 상상하며 스케치를 계속 해 나갔다고 합니다.
특히 숫자나 영문, 기호들은 아예 힌트를 얻을 수 없는 영역이라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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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폰트인 도현체부터는 폰트 전문업체인 [산돌커뮤니케이션](http과 함께 제작하고 있는데,
산돌의 석금호 대표님과 이도경 팀장님, 강주연 디자이너가 함께 연성체의 꺾임과 공간을 다듬어 나갔다고 합니다.
특히 넘사벽의 경험을 가지고 계신 석금호 대표님이 직접 참여를 하셨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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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족은 행복합니다

연성이는 지금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따서 나온 이 폰트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어떻게 활용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성체가 예쁘고, 간판에 많이 사용될 것 같다고 하네요.
정식 연성체 포스터를 받자마자 선생님이나 친구들과 연결된 클래스팅에 사진과 글을 올리며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와 페이스북 친구라서, 연결된 많은 글들과 링크들을 보며 “아.. 나는 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네요. 벌써 연예인병이… >_<
좀더 학년이 올라가고, 성장하면 연성체 때문에 더 즐거운 날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저와 제 아내도 함께 재밌는 날들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고 싶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