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신입 개발자의 우당탕탕 이력서 작성기

May.23.2023 권시연

Culture

🚨 이 글은 우아한형제들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의견을 서술한 글입니다. 🚨

서론

안녕하세요. 올해 1월, 우아한형제들에 신입으로 입사해 배민상회개발팀에서 일하고 있는 권시연입니다.😊 오늘은 개발자의 이력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사실, 개발자 이력서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인터넷에 자료가 방대합니다. 아쉬운 점을 굳이 하나만 꼽자면 저같은 경험 없는 신입에게는 경력이 없다보니 인터넷의 모든 자료들을 참고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제가 취업에 성공하기까지의 이력서 작성 사례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일 뿐, 모든 회사들이 선호하는 만능 이력서는 아니니 하나의 예제 또는 참고 자료로만 봐주시길 바랍니다.

불합격률 99.97% 이력서

좋지 못한 예를 먼저 보여드리고자 제 2년 전 이력서를 가져와보았습니다. 이때도 개발자들의 이력서는 옛날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이름, 주소, 학력, 자격증 등의 모든 인적 사항을 기입하는 형식을 벗어나 Notion이나 PPT 등을 통한 "깔끔하고 있어 보이는" 형식이 주류였습니다. 구인본님의 이직초보 어느 개발자의 이력서 만들기 글처럼요!

2년 전의 저는 이력서를 제게 조금 더 친숙한 PPT로 작성하였습니다. 구성은 간단합니다. 인사말 -> 자기소개 -> 기타 활동 및 자격증 -> 프로젝트 경험 순으로 기입했습니다. 이력서를 최대한 깔끔하고 보기 쉽게 만들기 위해 신경 썼고, 제가 겪은 경험들을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적었습니다.

옛날 이력서 캡쳐

저는 위 이력서를 만들고 정말 잘 만들었다고 뿌듯해했습니다. 비록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책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한 프로젝트이지만 내세울 경험이 4개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학점도 4점 초반대였고 정보처리기사도 취득했으니 원하는 기업을 골라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수십 개의 기업에 이력서를 넣고 환상은 와장창 부서졌습니다. 위 이력서를 통해 서류 합격을 해본 건 딱 한 번뿐이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제 생각에는 아래 2가지가 가장 클 것 같습니다.

  • 이력서를 읽어도 지원자에 대한 궁금증이 안 남는다.
  • 잘 모르는 것을 이력서에 기입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까요? 이제부터 제 나름대로 개선한 이력서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년 전 이력서와 개선된 이력서에 기입된 경력은 동일합니다.)

나를 취직 시켜준, 효자 이력서

이번에는 작년 말에 새로 만들었던 이력서를 하나하나 뜯어보려 합니다. 현재의 경력은 일절 기입하지 않았으며 신입 개발자로서 우아한형제들 및 여러 기업에 지원했던 당시의 원본을 그대로 첨부했습니다.

1. 간편한 이력서 템플릿 선택하기

이력서를 제출할 때 종종 링크가 아닌 파일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력서를 PDF 파일로 제출하는데요. 특정 툴에 의존적이지 않고, 파일만 있다면 바로 열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단락에서는 PDF 변환도 가능하고, 이력서를 작성하기도 쉬운 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PDF 변환을 지원해주는 툴로는 Notion, PPT, Word 등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Notion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변경하기 편하다.⭐️
  • 기본 템플릿이 깔끔해서 디자인의 디테일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력서는 정말 많이 변해야 합니다. 초안과 현재 상태가 비슷한 이력서라면 아직 찾지 못했다 뿐이지 고쳐야 할 점이 꼭 존재합니다. 반복된 변경을 거듭하다 보면 다른 툴들은 불편한 게 많았습니다. 디자인 요소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면 내용이 조금만 바뀌어도 전체 배치를 바꾸기 일쑤입니다. 그에 비해 Notion은 깔끔하고, 변경하는 데 큰 공을 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누군가는 "Notion 링크로 제출된 이력서는 불편하다."라고도 하는데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링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Notion은 간혹 링크를 누르면 아래 그림같이 또 다른 Notion 페이지에 접근이 됩니다. 해당 페이지에 존재하는 링크를 한 번 더 눌러야만 원하는 페이지에 접근됩니다.

노션 링크 페이지

그러니 나중에 이력서를 완성하면, 제출 전에 모든 링크가 원하는 페이지에 바로 접근되는지 확인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특정 키워드로 나를 어필하기

이력서는 내가 이런 사람이에요~를 소개하는 의미도 있지만 기업 또는 면접관에게 저랑 일 한번 안 해보실래요? 저 탐 나시죠? 하고 어필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 장점을 꼭 눈에 들게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제가 어필하려는 장점은 꾸준함, 공유, 기록이었는데요. 자기소개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소개할 때도 제가 어필하려는 3가지 키워드에 맞도록 구성했습니다.

더 나아가 제 장점을 증명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서도 고민했었는데요. 오랜 기간 꾸준히 작성한 블로그가 있던 덕에 ‘내가 지금 하는 말은 진짜 리얼 트루 실화입니다.’라고 어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력서 자기소개

자신의 어필 요소를 찾기 힘들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때로는 타인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내 장점이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공통적인 것이나 어필하고 싶은 점을 골라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기

이력서에는 어떤 것들을 기술해야 할까요? 예전의 저는 신입이니까, 이거라도 없으면 텅 비어 보이니까 뭐라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봤거나 건드려본 적이 있는 기술이라면 모조리 이력서에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면접관분들은 이미 다 알고 계셨습니다. 실제로 면접에 들어가면 대답을 하나도 못하고 얼굴만 새빨개진 채로 나왔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모르는 것, 못하는 것은 모두 빼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자신 없는 것들을 빼고 나니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이력서가 되어버렸습니다. 시간을 허투루 보냈다는 좌절감의 시기(😭)를 거친 뒤에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터디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사이드 프로젝트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 중에 운이 좋게도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교육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가 자신 있어 하는, 이력서에 쓸만한 내용이 조금이나마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자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기술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력서 프로젝트 설명

결론적으로 수정된 제 이력서에는 프로젝트가 단 하나만 남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가 한두 개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했지만, 이력서 채우기용으로 급하게 프로젝트를 만들거나 기억나지 않는 옛날 프로젝트를 가져오기 꺼려졌습니다. 대신 제가 경험한 일들을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설명이 구구절절 길어지거나 자랑하고 싶은 내용은 블로그나 PR 링크로 대체하기도 했어요. 잘 모르는 건 버리고, 자신 있는 건 풀어쓰는 일종의 "선택과 집중"을 한 셈이죠.

4. STAR로 경험 기술하기

신입은 실무 경험이 없으니 보통 프로젝트 경험으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 경험을 적을 때, (과거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단순히 ‘어떤 기능을 구현했다’라고만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면접관분들이 궁금한 건 ‘프로젝트에 어떤 기능이 있는가’보다는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역할과 책임을 맡았는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STAR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 Situation (상황)
  • Task (목표)
  • Action (행동)
  • Result (결과)

제 이력서에서 한 가지 예를 가져와보았습니다. "테스트 속도 개선"이라는 말에 STAR 기법을 적용하였습니다.

  • 테스트 속도 개선
    • 모킹을 제거하고 스텁을 이용해 테스트 컨텍스트 총 11개 → 5개 감소.
    • 로컬 환경의 테스트 속도 개선을 위해 콘솔 로깅을 위한 on/off 옵션을 생성해 실행 속도 8 sec → 4 sec 단축.

‘테스트 속도가 느리다’라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테스트 속도 개선’이라는 목표를 잡았습니다. ‘모킹을 제거’하고, ‘콘솔 로깅을 on/off하는 옵션을 만드는’ 등의 행동을 실천했고, 이를 통해 테스트 속도를 8sec에서 4sec로 단축시켰다는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STAR 예제

여기서 결과를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면 더욱 눈에 잘 들어옵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STAR로 활용해 표현하면 단순히 ‘기능을 구현했다’라고 표현했을 때보다 내가 한 것을 더 잘 뽐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5. 덜 중요한 이야기는 뒤로 밀어내기

이력서를 작성하다 보면 빼기는 애매하지만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정보들도 있습니다. 저는 제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어떤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고, 어떤 교육을 받았다 등의 정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성적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다는 건 슬쩍 자랑하고 싶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은 이력서의 가장 뒷부분에 추가했습니다.

이력서 교육 이력

6. 가장 중요한 단계, 수정하기

이제 이력서의 마지막까지 봤으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절대 한 번에 완성시키지 말자"는 점입니다. 한 번에 완벽한 이력서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구절절하게 느껴져도 꼭 담고 싶은 내용부터 애매해서 빼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내용까지 일단 모두 적어봅시다. 그 후에 필요 없거나 중복되는 내용은 제거하고,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굵게 표시하거나 앞에 배치하는 등 끊임없이 수정합니다.

여기서 또 중요한 점은 "이력서를 꼭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라는 점입니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던 이력서도 며칠 뒤에 보면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나고, 몇 달 뒤에 보면 또 고칠 점이 보입니다. 이 고칠 점을 가장 빠르게 찾아내는 법이 바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입니다. 아래는 그간 제가 다른 분들과 주고받았던 피드백 중 공통적으로 자주 나오는 피드백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링크가 너무 많으면 읽기 힘들다
  • 디자인보다는 가독성이 중요하다
  • 내용은 시간순보다 중요도순으로 정렬하자
  • 모든 링크가 잘 동작하는지 확인하자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은 개발자이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매끄러운 진행이고,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점들도 남이 읽으면 껄끄럽고, 불필요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평소에 존경하던 개발자가 계시다면 이력서를 봐주실 수 있을지 개인적으로 연락드려보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거절당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흔쾌히 그러겠다고 답변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존경하던 분과 대화해 볼 수 있는 기회이니 용기를 내보세요!


(애니메이션 – 포켓몬스터 캡처)

마무리

마지막으로 꼭 명심해야 할 점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이력서에 대한 기준은 모두 회바회, 팀바팀, 사바사입니다. 어딘가에서는 좋게 어필된 내 장점이 어딘가에선 먹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회사가 내 성격이나 특징, 장점이랑 잘 맞을지, 나는 회사에 어떤 점을 바라는지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글이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됐기를 바라며, 세상 모든 취준생분들과 신입 분들께 응원의 말씀 올립니다.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