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

Apr.13.2023 이 원미

Education

안녕하세요. 테크코스교육개발실 이원미입니다.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는 2019년을 시작으로 벌써 다섯 번째 기수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5기라니 감회가 남다르네요.🙂
올해에는 크게 두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새로운 교육 분야의 신설과 선발 과정에서의 변화인데요.

‘모바일 안드로이드’ 교육이 새로 신설되면서 총 3개의 교육 분야를 운영하게 되었고, 선발 과정에서는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없애고 모든 지원자에게 프리코스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었죠.

교육 확대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우아한테크코스 교육의 확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긴 프리코스 과정을 경험하고 본 과정에 참여한 만큼 크루들의 열정도 남다르고, 적응도 빨랐던 것 같아요: )

5기 크루들은 우테코에서의 한 달을 기대했던 모습과 비슷하게 보냈을까요?

크루들의 글 8편을 공개합니다 : ) 재밌게 읽어주세요!


1.

고등학교는 전쟁터였다. 위태로이 달려있는 명문이란 간판을 사수하기 위해, 우리는 차라리 콜로세움의 검투사였다. 자습실의 좌석 배치는 모의고사 성적대로 달마다 바뀌었다. 다섯 명에게만 주어지는 듀오백 의자를 차지하려면, 모두가 적이었다. 모르는 것이 없어야 했고 조금의 틈도 내비치면 안 됐다. 그러므로, 필마단기의 조자룡은 언제나 귀에 이어폰을 쑤셔 박고 속으로만 노래를 불렀다.
고독이라는 피가 묻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뱁새눈깔이었다. 고름이 맺히도록 앉아있었을 뿐인데, 난 걸어 다니는 그들의 나태이자 동물원의 천재 원숭이가 되었다. 그렇게, 트로피는 마를 겨를이 없었다.

2.

우연히 집어 든 책에서 만난 구절이 오랜 모토로 남아있다.

“사랑하라,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

누군가 이상형을 물어올 때면 항상 ‘품었던 인류애를 아직 지켜낸 이‘라고 답한다. 지겹도록 사람에게 데이고 세상에 차였다. 그 와중에 사랑을 간직하는 일은 퍽 고됐으므로 함께 살아가는 다른 이들에게는 수월하기를 바랐다.
음악 안에서는 누구와 다투지 않아도 됐고, 사랑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돈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저 사람들과 이 황홀을 나누고 싶었다. 주저 없이, 힘겹게 들어간 대학교를 벗어나 음악을 선택했다. 청승맞은 사정으로 악기를 못 잡게 되었지만, 그저 방법만 달라진 것이라며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즈음, 개발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새로운 방법은 찾았는데, 항로가 막막했다. 망망대해에서, 꿈을 담은 조각배는 홀로 부유했다.

3.

우아한테크코스의 막이 올랐고, 나는 이방인이었다. 처음 들어본 단어들로 소통하는 세상 속에서, 매일이 당황으로 채워졌다.

4.

열 살 무렵, 헬스장 텀블러 같은 플라스틱 통에 담긴 로봇 레고를 매일 동생과 가지고 놀았다. 이 로봇들은 무시무시한 호환성을 자랑해서, 어느 부위에든 팔, 다리 등이 달라붙을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항상 동생이 만든 로봇은 별로 멋있지 않았으므로, 못난 형은 홀로 동생의 로봇을 입맛대로 고쳐댔다. 그럼에도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페어프로그래밍을 앞두고 우려했다. 혼자서 로봇을 다시 고칠 것이 분명했다. 생각한 로봇의 모양을 쭉 설명하며 로봇 다리를 팔 구멍에 꽂으려는 내게, 페어는 그건 다리라고 알려줬다. 이런 과정을 사흘 반복했고, 나는 이십 년 만에 원하던 모양의 로봇을 만났다.

5.

모르는 것을 묻는 건 여전히 내게 불가능이었다. 페어가 아는 말로 모르는 세상을 말하거나, 모르는 말로 아는 세상을 설명할 때는 체면을 차리는 데 급급했다. 모르는 말로 모르는 세상의 이야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물었다.
돌아올 멸시가 두려웠는데, 페어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그저 답할 뿐이었다. 그날 저녁, 슬랙에 알림이 울렸다. 아까 물어본 내용에 대한 블로그 글이 도착해 있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검투사가 아니었다.

6.

조각배는 생각보다 크기가 작았거나, 돛이 컸었나 싶다. 연봉 오륙천의 태풍은 너무나도 강력해서, 휩쓸리고 방향을 잃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당최 노를 저을 맛이 안 났다. 네오와 얘기를 나눴고,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라는 답을 받았다. 스스로의 기준이라는 나침반을 가져보라 했다.

7.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을까. 매일 아침 여덟 시부터 밤 열한 시까지 무얼 위해 공부를 하고 있을까. 너른 집을 놔두고, 세 평 남짓한 달방에서 왜 쭈그려 새우잠을 청할까. 가족, 강아지, 친구가 아른거려도 왜 그리워만 하고 있을까.

8.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답기를 바란다. 각자가 안전하게 자아를 실현해서, 다양한 웃음과 노래가 흘러넘쳤으면 한다. 내가 만든 서비스가 이러한 세상을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다.

9.

밤 열한 시의 귀갓길은 항상 오백오십오미터의 롯데타워가 배웅을 해준다. 방에서 볼 때는 꽤나 만만한데, 루터회관 앞에서는 정말 하늘 높은 줄 모르겠다. 캠퍼스에서는 꿈도 타워처럼 크고 엎어지면 닿을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매일같이 출근을 한다.
타워 바로 앞 잠실역 입구에는 로또 1등이 십 수 차례나 나온 소위 ‘명당’이 있다. 그 앞으로 길게 늘어선 인생의 무게들을 마주할 때면 금세 또다시 태풍이 인다.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꿈을 좇는 건가 싶다. 나침반이 또 요동치면, 다시, 눈을 꼭 감고 속으로 되뇐다.
작아진 건 방 크기로 충분하고, 줄어든 건 사랑하는 이들과의 만남으로 족하다.

10.

나는 우아한테크코스를 믿지 않는다.
정확히는, 우아한테크코스가 꿈을 이루어 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 도우며 성장하는, 함께 우아한테크코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믿는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결국 이뤄낼 내 꿈을 믿는다.

요즘, 참 오랜만에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오늘만 사는 사람 하려고요” 액션플랜과 함께하는 남자 하마드 이야기

⏩ 우아한테크코스 5기 하마드 교육생 (출처 : 우아한일보 이건회 기자)

[우아한일보=잠실/이건회 기자] 나른한 오후 석촌호수 산책길, 노란 꽃망울이 터져 나올 듯 꿈틀대며 새봄의 시작을 알린다. 화창한 날씨 바쁜 사람들. 잠실역 앞 우뚝 솟은 빌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았다. 젊은 청년들이 둘씩 모여 앉아 사과 모양 노트북 앞에서 열띤 토론을 진행 중이다. 마치 그리스의 아고라를 방불케 한다.

그때, 웬 젊은 남성이 느닷없이 말을 걸어온다. 본인을 하마드라고 밝힌 이 남자는 길어진 토론에 조금 지친 기색이었다. 조금 때가 탄 태블릿 pc와 반쯤 마신 에너지 음료를 들고 있는 그에게 잠깐 인터뷰를 요청해 보았다.

“힘들어 보이는데 나가서 커피나 한잔하시죠”
“네 좋습니다”

옆 건물의 스타벅스 안으로 자리를 이동해 하마드와 마주 앉았다. 대뜸 본인이 새로 구매한 13인치 맥북을 자랑하는 그의 입을 각설시키며, 조금 전 있었던 풍경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왜 주말에 쉬지도 않고 회사에 나와 있나. 혹시 회사에서 주말 출근을 강요하나

하마드(이하 마드) : (웃음) 그건 아니다. 우아한테크코스라는 교육기관에 소속된 크루들이다. 자발적으로 주말에도 나와 학습한다. 개인적으로 주말에 나올 때 코딩이 더 잘되는 느낌이다. 마음의 여유 덕분인 것 같다.

그럼 오늘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마드 : 동료와 둘 짝지어 미션을 진행하다가 조금 막히는 부분이 있어 쉬고 있었다. 교육을 시작한 지 이제 한 달 남짓인데, 어째 점점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이제 한 달이라…짧은 시간일 수도 있고 긴 시간일 수도 있겠다. 교육을 받으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마드 : 이것저것 많았다. 나는 계획을 잘 세우지 않고 시간 관리도 잘 못한다. 첫 두 미션이 그래서 버거웠다. 자꾸 할 일을 뒤로 미루고 다른 것을 하다가, 끝날 때 돼서 부랴부랴 한다. 미션이 끝나면 리뷰어에게 피드백을 받는데, 한 번은 마감 기한을 지키지 못해 피드백 없이 마무리됐다. 스스로 화도 많이 났다.

그렇다면 힘든 점을 이겨보려는 시도가 있었나

마드 : 마침 담당 코치인 네오와 면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위와 같은 힘듦을 면담에서 토로했다. 학습부터 생활 관련 부분까지 장황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 과정에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었다.

네오라…뭔가 정해인을 닮았을 것 같은데…그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해 주었나

마드 : 많은 부분이 있었지만, 가장 큰 해답은 “하마드만의 액션 플랜”을 만드는 것이었다.

액션 플랜이 무엇인가

마드 : 집중해야 할 몇 가지의 목표를 세우고, 목표 달성을 위해 행동해야 할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면담 직후 스스로 정리해 봤다.

어떤 내용을 썼나

마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고정 시간 할당하기”와 “우선순위 기준 세우기”를 중점으로 플랜을 세웠다. 먼저 주말 중 하루는 반드시 캠퍼스에 출석하기로 했다. 쉬더라도 나와서 쉬자는 마음이다. 오늘처럼 주말에 캠퍼스에 나오기 시작하니,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학습하고, 간간이 크루들과 스몰톡도 하며 힐링할 수 있었다. 또 오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독서하기, 금요일에는 회고 작성하기 등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고정으로 할당해 봤다.

우선순위는 어떻게 세웠나

마드 : 네오가 데드라인을 하루 단위로 잡고 계획을 짜라는 조언을 해줬기에, 매일 전날 밤에 내일의 우선순위를 세운다. 현재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발전하는지, 주변 사람에 피해를 최소화하는지, 미래의 문제를 해결하는지. 이 순서대로 기준을 잡고 중요도를 측정한다.

그래서 많은 문제가 해결 되었는가

마드 : 시스템을 만들고 기계적으로 따라오니 시간적 압박감이 크게 줄었다. 또 고정 시간을 할당하게 되니, 독서 등 우선순위에서 자꾸 밀려났던 것들을 챙길 수 있었다.

듣고 보니 액션플랜이 참 흥미로운 방법론 같다. 또 액션플랜에 추가하고픈 것이 있는가

마드 : “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정리해보려 한다. 최근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날도 저녁에 마신 커피 덕에 잠이 오지 않더라. 다음 날 지각이 무서워서 그냥 밤을 새우고 출근했다. 아마 가장 힘든 싸움이지 않을까(웃음)

꼭 이겨내길 바란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이곳에서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마드 : 어려운 질문이다. 실제로 이 주제에 대해 크루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나는 큰 목표를 세우기가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지키기가 어렵다. 그래서 그냥 지금처럼 하루 단위의 목표만 꾸준히 이뤄가고, 세우면서 지내고 싶다. 아침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괜찮지 않은가. 오늘 저녁밥 누구랑 먹을지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 장기적인 목표는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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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페어가 기다리고 있다며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기고 인사도 없이 휙 떠났다. 홀연히 떠나는 하마드의 뒷모습에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만일 많은 사람들의 그 모든 복잡한 삶들이 무의식적으로 흘러간다면, 그런 삶들은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러시아의 대문호 레온 톨스토이의 말이다. 매일 같은 일, 똑같은 상황만 겪고 산다면 언젠가 그 기억들이 휴지 조각이 되어 사라진다. 10년이 열흘처럼 갈 수 있다는 말이다. 매일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그의 자세에서, 상수보다는 변수로 꽉 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아까 열띤 토론을 나누던 그 청년들이 떠올랐다.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우테코의 사람들, 언젠가 소프트웨어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활약하게 될 이들의 미래가 퍽 궁금했다.

밤이 어두워지고, 롯데타워가 밝게 빛난다. 이들은 내일도 열띤 토론을 불태울 것이다.


저랑 허브티 한잔 하실래요?

물 끓이기

따뜻한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물을 끓여야 한다.

살면서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집단에 있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 매일 아침에 일어날 때 소중한 하루를 보내자고 생각한다.

가끔 미션을 진행하다가 쉼이 필요할 때 다른 크루들을 만나러 돌아다닌다.
크루들은 그때마다 항상 열정적으로 미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집중하고 있다.
이들과 같이 어울리기 위해 열정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간에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70~80도의 온도로 꾸준히.

티백 넣기

기분에 따라 여러 종류의 차 중 하나를 골라 찻잔에 넣는다.

주위의 크루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각각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가지지 못한 것을 보면 그들이 부럽다.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어서 어떠한 것을 배울지, 어떠한 장점을 어떻게 흡수할지 고민한다.
리뷰어도 예외는 아니다.
부족한 부분은 부족하지 않도록, 잘하고 싶은 부분은 강점이 되도록.

차 우리기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차가 우려지길 기다린다. 향이 올라온다.

습득한 지식은 차의 향과 같아 서서히 날아간다.
빨리 배우면 빨리 잊어버린다. 따라서 차가 우려지듯이 천천히 조금씩 흡수하려 한다.
다만 한 부분에만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오래 우리면 쓰다. 적당한 시간에 맞춰 티백을 꺼낸다.

차 마시기

혼자 마시기보다 같이 마신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듯이, 배운 것을 주위의 크루들과 공유하려 한다.
각자의 입맛에 맞는 차가 있듯이 권유는 하되 강요는 하지 않는다.
공유는 틀린 것을 바로잡아 더욱 튼튼하게 만든다.

개발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나누고 싶다면
저랑 허브티 한잔 하실래요?


나의 헤엄

어푸어푸. 세수를 한다. 페어 프로그래밍을 하다가 졸려서 나왔다. 밤 10시다. 정신이 멀쩡한 게 이상한 시간이었네. 다시, 어푸어푸. 얼굴에서 물이 뚝뚝 흐른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꼭 물에 빠진 생쥐같다. 그래 어쩌면 정말 물 속이다. 우아한테크코스 이곳은

바다다.

분명 코딩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에서 주관하는 코딩 교육이라고. 슬쩍 찾아봤는데 체계가 있어 보였다. 외부에 비춰진 교육생들 모습도 폼이 났다. 다들 무릎에 근사한 노트북을 올려두고 하하호호 웃고 있었다. 나도 저기서 배워야지. 그 길로 우아한테크코스에 들어왔다.

그런데 웬걸 냅다 바다에 빠뜨렸다. 가만히 있으면 미션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할 일이 모래사장만큼 쌓인다. 어라라 떠밀려서 죽는 건 아닐까. 영문을 모른 채 빠진 바다에서 팔을 휘휘 내젓는다. 어푸어푸. 살려주세요.

거북목

몸에서 힘을 빼야해. 물에 온몸을 맡겨. 그러면 두둥실 뜰거야. 팔을 노라고 생각하고 크게 저어봐. 리듬에 맞춰 발을 차야지 – 라고 구릿빛 피부를 가진 수영 선생님이 그랬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선생님. 어린 시절 나는 자꾸 가라 앉았다.

책임을 분리하셔야죠. 이 객체가 너무 많은 책임을 지고 있어요. 객체가 일하지 않네요. 객체가 직접 일하도록 해보세요. 객체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면 좋아요 – 라고 거북목을 가진 코치님이 그랬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요 코치님. 사실 코딩은 수영이었을까. 코딩을 못해서 이번에도 가라 앉는 중이다. 혹시 구명조끼를 주시면 안될까요. 저는 비전공자에요. 코치님은 방긋 웃으며 길게 뺀 거북목을 가로저었다.

펠프스

바다에는 나 말고도 다른 교육생들이 있다. 한번은 누군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길래 나도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닉네임이 어떻게 되시나요. 그분은, 저는 마이클 펠프스에요, 라고 했다. 와 그 유명한 펠프스라니. 과연 어깨가 떡 벌어지고 팔이 긴 게 예사롭지 않았다. 펠프스는 이야기를 나누며 가끔 뻐끔뻐끔 입을 놀렸다. 나중에서야 그게 의식적인 아가미 호흡 연습이라는 걸 알았다. 펠프스는 인사를 나누고 헤엄쳐 갔는데,

음 파 음 파

그렇게도 완벽한 호흡이라니. 유유히 멀어지는 그의 뒤에서 내 헤엄은 어린애 물장구가 되었다. 어라라 사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그날 밤은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알로하

바다에서 생활이 한 달 쯤 지나자 헤엄이 익숙해진다. 이제는 제법 앞으로 나아갈 줄도 안다. 그렇다면 어디로 가지. 내가 갈만한 곳이 있을까. 고개를 들어보니 펠프스는 벌써 멀리 한 점이 돼 있다. 저쪽에 있는 섬이 궁금해서 한번 돌아보고 오겠단다. 글쎄 나는 어디로 갈까. 일단은 음파음파가 되어야지. 그 다음은 뻐끔뻐끔이야. 그때쯤이면 가고 싶은 곳이 생기지 않을까.

큰 파도가 다가와서 또 다시 두 팔을 허우적거린다. 그럼에도 저만치 먼 바다에, 알로하. 인사를 건네본다.


멧돼지 VS 우테코

야생에서 멧돼지는 좋은 단백질원이지만 우테코에서는 아니다!!!!

멧돼지의 우테코에서 살아남는 법 시작

서론

어렸을 때부터 많은 취미를 즐겼고 오래 한 취미들도 많다. 취미는 단순 인생을 즐기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뭐든 오래 하면 공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재능의 영역이 뚜렷한 예체능 분야에 취미를 많이 가진 나는 오랜 취미생활 동안 얻은 교훈이 많다. 가죽공예에서는 손에 꼽을 수 있는 재능, 운동의 영역에서는 평범 혹은 좋지 못한 재능, 그 분야에 재능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도 그 사람의 태도와 감정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야에 외길을 닦은 사람에게도 분명히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나만 바보가 된 기분, 내가 천재인 줄 알고 기고만장했던 경험, 세상은 넓다는 것을 느끼고 겸손해질 수 있었던 경험들에서 배운점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내가 잘하든 못하든 일정하게 나아갈 수 있는 마음가짐을 우테코를 진행하며 내가 느꼈던 감정과 함께 풀어나가 볼 예정이다.

닮고 싶었던 사람

현재 주짓수 8년 차다. 물론 중간에 공백기도 있고 현재는 종목을 전환하여 레슬링을 하지만 레슬링과 주짓수는 코틀린과 자바의 관계로 봐도 무방하다. 코틀린을 잘하기 위해 자바를 공부하듯 현재는 주짓수를 좀 더 잘하고 싶어서 레슬링을 배우고 있다. 주짓수는 매니악한 취미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가지만 고이는 사람들은 고이고 뉴비풀은 항상 얕다. 그렇다 보니 항상 2~3년 차인 블루벨트일때 제일 콧대가 높아지고 온 세상에 자신의 기술을 설파하고 다닌다. 물론 10년 차가 넘은 썩은물보다 잘하는 블루벨트도 있고 자신의 주기술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띠가 모든 걸 대변해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높은 띠는 파란 띠가 자랑스러워하는 그 기술을 1000번은 더 당겼을 것이고 1000번은 더 당했을 것이다. 나라고 그 시기가 없었을까? 아니다. 누구보다 진하게 겪었다. 하지만 같은 주짓수 도장의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형 한 명을 보고 닮고 싶은 생각에 기고만장했던 그 시기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 형에 대한 호칭이 애매하니 지금부터는 썩은형이라고 부르겠다

썩은형은 내가 처음 주짓수 도장에 들어섰을 때 2년 차 정도인 블루벨트였다.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운 말투이지만 암바 요정이라고 불릴 만큼 주짓수에서는 강력했다. 나 같은 뚱땡이들은 주짓수를 처음 접하면 대부분 힘만 믿고 팔딱거리면서 주짓수를 한다. 그때 처음으로 썩은형에게 제압당해 탭을 치며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누구보다 실력자였다. 하지만 썩은형은 누군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훈수를 두는걸 본적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불친절한 사람인가 오해하기도 했다 (대부분 잘하는 사람들은 입에 모터를 단것처럼 조언한다). 하지만 잘 살펴본 결과 썩은형은 누군가에게 먼저 선뜻 조언하지 않지만 다가와서 묻는 사람들에게는 누구보다 친절하게 답변해주고 진지하게 같이 고민해준다. 이 부분에서 조언과 훈수의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 훈수 또한 지 잘난 맛에 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대부분 그 사람과 친분이 있어 좀 더 나아지라고 해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면 그것은 어쩔 수 없이 훈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조언과 훈수는 한끗발 차이이지만 분명 차이는 존재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준비되었을 때 즉 본인이 와서 도움을 요청 했을 때 정말 와 닿는 조언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썩은형이라고 본인이 정말 잘하는 주짓수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설파하고 싶지 않았을까? 누구보다 하고 싶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꾹 참고 누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을때 임팩트있게 한마디 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행동해야 말에 무게가 실리고 더욱더 듣는 사람도 귀 기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엄마가 매일 잔소리를 한다. 과연 엄마가 틀린 말을 할까? 김치 먹고 있는데 김치 먹어라 이런 킹받는 잔소리지만 어쨌든 맞는 말이며 나를 위한 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은 과연 엄마의 잔소리를 심각하게 들어보고 받아들일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가? 좋은 말이더라도 매번 훈수를 두고 확성기처럼 자신의 지식을 설파하는 순간 말의 무게가 가벼워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에서 필자는 임팩트있게 한번에 마음을 울릴 수 있는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지금 나는 한없이 가벼운 사람이다. 하지만 나의 지향점은 멧돼지 닉네임에 맞는 체중처럼 무거움을 추구한다.

우테코에서 이 교훈은 통용될 수 있다. 안드로이드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하는 나는 내가 아는 관련 키워드만 나와도 설명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거린다. 내가 아는 부분이 나왔을 때 모르는 사람한테 가서 공작새마냥 꼬리를 펼치며 나의 지식을 전파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상황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튕겨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필자의 기본적인 우테코에서의 전략은 뽐내지 않지만 내가 잘 아는 분야가 있다면 나에게 물어오도록 자연스럽게 흘리는 것이다. 그 분야에 블로그 글을 쓸 수도 있을 테고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그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할 수도 있을것이다.

무조건 내가 아는 것을 이야기하면 건방지니 지식을 캡슐화 하라는 것은 아니다. 캡슐화되어도 getter를 통해서 꺼내볼 수 있듯 지식을 전파하고 공유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내 전파가 헛되지 않도록 단 한 번의 기회를 포착해서 명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은 것이다.

재능있는 자를 시기 질투하지 마라

이 주제는 참 슬프기도 하면서 제일 경각심을 갖고 지켜야 할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나대로 나아간다’, ‘잘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어 함께 나아가는 환경을 강화시키면 나도 모르게 강해져 있다.’ 말은 쉽다. 하지만 내가 온 신경을 집중하여 내 인생을 갈아 넣은 분야에서 이제 첫발을 내딛은 뉴비에게 허무하게 진다면 과연 시기 질투 안 할 자신이 있는가? 나는 없다. 솔직하게 너무 슬프고 화가 나고 힘들다. 하지만 그런 시기 질투가 얼마나 추하고 본인을 갉아먹는 행위이며 본인의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소임을 잘 알기에 오늘도 그러지 않으려 마인드 컨트롤하고 노력한다.

원래 우리 주짓수팀은 잘하는 사람도 많고 강한 팀이었다. 어디서부터 잘못이 시작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팀의 분위기가 강함을 배척하고 저 사람은 너무 커서, 체중이 많이 나가서, 힘이 좋아서 같이 스파링하기 싫어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고 잘하던 사람들은 거의 떠나가게 되었다. 그러자 도장은 어느순간 노인정,유치원 분위기가 되어버렸고 무술을 표방하는 주짓수에서 강한 사람을 배척하는 모순의 극치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결과물들은 실제 대회성적이나 주짓수팀의 실력으로 드러났다. 관장님의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가볍게 다가갈 수 있어 사람을 모으기에는 더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항상 도장의 모토는 강함, 무술 이런 것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은 모순을 가지고 모순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환경에 노출되어 경력이 올라갈수록, 잘해질수록 오히려 고립되는 느낌과 약자의 시기 질투에서 너무 화가 났다, 그 추한 면모들이 역겨웠다. 하지만 필자라고 과연 고고하게 항상 모순이 없었을까? 아니다, 그 누구보다 모순덩어리였다. 역겨움의 극치였다. 그 역겨움 속에서 깨달은 점을 살펴보자.

그래서 주짓수를 그만두고 레슬링을 시작하며 간간히 타도장 투어를 돌았다. 기존에 다니던 도장에서 깡패였던 내가 우물안의 개구리임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가 방문해본 새로운 팀들은 외부 유입에 굉장히 열려있었다. 강한 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와서 같이 운동을 해보고 그 강함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점점 팀은 강해지고 선순환의 연속이었다. 강한 팀의 특징이었다. 항상 교류하려 하고 열려 있으며 지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초연하다. 내가 가장 원하던 이상향이었다. 근데 웃긴 건 항상 재능있다고 생각하고 잘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강한 자들을 만나면서 누구보다도 역겹게 도망가고 싶었다. 항상 이겨왔는데 지는 것을 받아들이기 너무 싫었다. 나도 계속 지는 게임, 아픈 상황을 피하고 싶어서 자꾸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모순이 많은 사람보다 더 모순덩어리였다. 하지만 그런 내가 너무 싫어서 그런 모순을 벗어나기 위해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웠고 이것이 주짓수를 배우며 제일 값진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받아들이는 방법은 처음에 말했던 ‘나는 나대로 나아간다’, ‘잘하는 사람을 주변에두어 함께 나아가는 환경을 강화시키면 나도 모르게 강해져있다.’ 이 두 가지다.

나는 나대로 나아간다.

나는 나대로 나아간다. 함축되어있지만 많은 의미를 가진다. 주짓수를 예시로 들어보면 이렇다 140킬로에 키가 190인 괴물을 이기려는 생각부터가 웃기다. 그것부터가 본인의 재능에 쩌들어있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본인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고 나의 피지컬로 저런 괴물과 5분 이상 비등하게 싸웠다는 것에 만족하고 뿌듯함을 느껴야 한다. 무술을 익혀서 곰과 5분간 싸웠으면 졌잘싸 아니겠는가?

우테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분명 시작부터 너무 잘하는 크루들은 정말 많다. 재능넘치는 크루들은 자연에서의 곰과 같다. 처음에는 그들의 재능에 좌절했다. 하지만 나도 지금 그들과 같은 선상에 있다. 재능으로 따지면 자연에서 개미정도에 비유할 수 있는 내가 지금 곰이랑 대등하게 대결할 수 있음에 만족하자.

잘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어 함께 나아가는 환경을 강화하자

잘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어 함께 나아가는 환경을 강화하자. 이것은 잘하는 사람을 시기 질투의 대상이 아닌 나의 우군 혹은 나의 파트너로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나와 지금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경쟁상대보다는 나와 함께하는 팀원일 가능성이 크다. 팀원과 경쟁해서 뭐하겠는가 잘하면 잘하는 대로 나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다. 좋은 동료를 적으로 둘 필요는 없다.이런 좋은 사람들이 많은 팀은 항상 강하고 즐겁다. 이런 대열에 합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물론 쉽게 말하고 있지만 누구보다 어려움을 뼈저리게 알고 있다. 내가 노력한 것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이런 것들은 부가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우테코에서 겪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선 우테코를 하는 괴물딱지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자. 그리고 이런 코딩에 미친 인간들과 팀원이 된 축복을 느끼고 만끽하자.주변동료들이 누구보다 나를 높이 올려줄 것이다.

이렇게 오늘도 나의 거지 같은 코드를 보며 나의 멘탈을 케어해본다.


뇌 검진의 달

고민은 외롭다

우리가 고민하는 것들은 대개 정답이 없어요. 그 과정이 특히 복잡한 문제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열심히 생각하고도, 며칠 뒤엔 다시 아리송해지는 때가 많아요.

제 자신을 의심하며 학습하던 나날들 속, 페어 프로그래밍은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습니다. 함께라면 어떤 복잡한 문제도 다 해결할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래서인지 혼자가 되고 나면 리뷰만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페어의 빈자리를 리뷰어가 채워주면 외로운 고민을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리뷰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없고,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추가됐어요.

오해

어떤 때는 제 노력이 리뷰어에게는 절대 닿지 못하는 듯해 속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서야 받아들이게 된 사실.

‘우테코는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우테코는 저와 함께 길을 찾아가는 동반자보다는 제가 어디를 어떻게 향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그때야, 제가 받은 모든 질문에는 스스로 고민하라는 의도가 담겼음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인지하는 것과 이에 맞춰 변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어떤 개념을 검색해야 할지 모르면 지피티에 도와달라고 할 수 있었고, 버티고 있다가 강의를 보면 정답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적은 노력으로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데 왜 힘들게 고민해야 할까?’

마음속에 그런 유혹이 들 때면 대충 넘겼습니다. 당연히 고민하는 게 기억에 더 오래 남고 좋으니 지키는 거겠지 했죠. 하지만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 고민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학습하는 인간

우선 인간의 학습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봤어요.

우리의 뇌는 정답을 알아냈을 때 보상회로를 활성화합니다. 성취감, 지적 희열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불러일으키죠. 보상회로가 활성화되면, 우리 뇌는 이를 어떤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원인이 되었던 행위인 학습을 반복적으로 더 원하게 됩니다.

특히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 그 기분 좋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합니다. 이때 느끼는 강렬한 즐거움은 주의 집중력을 높이고 학습한 내용의 기억을 강화한다고 해요.

저는 스스로 해결하는 즐거움을 모르는 별종 인간이었던 걸까요.

아니요! 저도 제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그동안은, 시간에 대한 압박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기회를 포기했던 거라고요. 다들 그런 거 아니었나요?

진짜 문제

다행히도 우테코는 답을 찾는 기한을 정하지 않습니다. 크루들은 며칠이든 고민할 수 있는 곳이지요.

그런데 저는 우테코에서도 왕도를 찾을 때가 많았습니다.

이유는, 제 뇌가 노력 없이 보상을 받는 방법을 알고, 그것을 갈구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의심하는 것은 보상이 느리고 약합니다. 따라서 빨리 답을 찾으려 검색하고, 질문만 쏟아낸 거였죠.

결론적으로, 지금껏 쉽게 답을 찾았던 탓에 스스로 고민하기가 어려운 뇌를 갖게 된 것입니다.

치료 시작

이제라도 제 뇌를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입이 근질근질해도 먼저 고민하고, 생각을 적어봅니다. 적다가 모르겠으면 무작정 책들을 펼쳐봅니다. 답을 찾지 못해도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을 흉내 내봅니다.

그렇게 약 한 달 정도가 지났습니다. 아직은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익숙지 않습니다. 고민하다가 다른 생각에 빠지기도하고, 멍하게 있다가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전의, 조급하게 정답만 찾는 습관에서 벗어난 것 같습니다.

기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을 때, 내 주변 사람들을 보라고 합니다. 그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하더군요. 우리 크루들은 스스로 고민거리도 잘 찾고 정리도 잘하던데, 계속 이렇게 함께 학습만 해도 제 옆의 크루들을 닮아갈 수 있는 걸까요? ‘우테코 크루’가 저에게 과분한 역할이 되지 않도록 많이 노력해야겠습니다.

우테코와 여러분을, 제 뇌에 주어진 마지막 갱생의 기회라고 생각할 거예요. 만나서 반갑고,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일상이 180도 변하다

나는 겁이 없는 편이다. 큰일을 앞두고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일이 잘 없다. 면접, 소개팅 직전에도 잘 떨지 않고, 겨울 산을 등산화도 없이 무턱대고 오르려 하기도 했다. 담담하고 용감해 보이는 이 성격의 맹점은 막상 일을 경험해야지만 그 일의 무게를 깨닫게 되는 데 있다. 아무렇지 않게 들어간 면접에서 자리에 앉는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뛰쳐나가고 싶은 감정을 느끼는 식이다.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 시작을 앞두고도 그랬다.

일 년 동안 집에서 공부하고 운동하고 요리해 먹었던 내 삶이 우테코로 인해 180도 변하게 될 것을 왜 예상하지 못 했을까. 아니, 예상했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던 거다.

7시 기상, 출근길 2호선, 50명이 넘는 새로운 사람들, 쌓이는 과제와 기술 부채, 외식, 도시락, 지옥철 퇴근 혹은 야근.

새로운 일상의 파도 속에서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 이거 힘드네?”

페어 프로그래밍 중에 사고가 자주 멈췄고 체력이 부족해 페어와 웃으며 이야기하지 못했다. 집에 오면 누워 쉬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운동은 손쉽게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크루들이 종종 “괜찮아요?”라고 물었고 나는 힘 없게 웃으며 “괜찮아요”라고 답했다.

2주면 될 줄 알았던 적응 기간이 자꾸 늘어났다. 하루를 살아내기가 급급해서 나를 돌아보고 일상을 정비할 여유가 없었다. 글을 쓰는 지금에야 한 숨 돌리며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본다.

왜 힘들지?

돌이켜보면 힘듦의 가장 큰 이유는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테코에는 ‘반란군을 키우는’ 분이 캡틴으로 있고, 멘토라고 할 수 있는 코치들은 자기 말을 무조건 수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겪어오고 경험해온 교육이란 암기와 수용이 전부였고 멘토의 말을 잘 들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하지 못하면 남을 설득할 수 없다. 또 코치의 말을 진리처럼 여기면 그것이 사실인지 질문받는다.

문제를 마주했을 때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를 찾아간다. 이 모든 것이 개인의 기준과 역량을 강화하는 아주 좋은 환경이지만 동시에 고통스러운 것도 어쩔 수 없다.

내 코드에 논리와 깊이가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때의 고통이란.

모두가 그렇게 하기 때문에 했던 것들을 지적받았을 때의 수치스러움이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을 언어로 설명하지 못할 때의 좌절스러움이란.

더불어 이 모든 걸 혼자서 하지 않는다. 적게는 한 명, 많게는 50명과 부대끼며 이 과정을 보낸다.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위안이 되기도 하고 어려움이 되기도 한다. 자고로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인간관계’이지 않은가.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개발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소프트 스킬을 터득해간다. 힘들지만 의미 있다.

우리는 언제든지 얼마든지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우테코의 교육 철학이다. 개인의 가능성을 믿어주고 실수해도 괜찮은 안전한 공간이 되어줌으로 우리가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준다.

어제보다 좀 더 고민하는 오늘.

지난주보다 좀 더 설득력을 갖춘 이번 주.

지난달보다 좀 더 다양한 각도로 문제를 해결 해 본 이번 달.

작년보다 좀 더 나를 긍정하고 신뢰하는 올해.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 갈 모두를 생각하면 앞으로의 우테코가 기대되는 동시에 두렵다. 고통의 순간을 함께 잘 지나오기를, 후회 없는 시간을 보내기를, 나를 포함한 모두의 안녕을 바란다.


우테코에서의 한 달 생활기

  • 우테코에서의 한 달은 네 명의 페어와 함께했고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페어들이 해주었던 말들을 토대로 소개해보려 한다.

첫 번째 페어(도리) – “저 원래 낯가림 심한데 패트릭이 편하게 해주셔서 괜찮았어요!”

처음 만난 상대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배려, 공감, 상냥한 말투 등이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적극적인 자세이다.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웃고 먼저 눈을 맞춘다. 어렵지 않다. 즉, 방어적인 자세를 풀면 된다. 물론 안다. 어렵지 않다고 말했지만 나도 한때 방어적인 자세를 취한 적이 있다. 많은 연습이 필요했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러다 인생 최고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으며 삶이 바뀌었다. 적극적인 자세, 내 삶도 편하게 해준다. 두 번째는 유머이다. 일상 곳곳에 유머가 있다면 장애물을 만났을 때 생각보다 쉽게 넘을 수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공격적인 말을 했다거나 면접에서 답하기 힘든 질문을 받았을 경우 유머로 넘길 수 있다. 즉, 유머스러운 사람이라는 뜻은 많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인 유머에 한자를 첨가해보았다. ‘무(無)머스러운 사람보다는 유(有)머스러운 사람이 되자!’. 이번 우테코에서의 한 달 동안, 이 두 가지는 나의 큰 무기가 되어주었다.

두 번째 페어(고니) – “패트릭 집이 멀어 체력 소모가 심한 것 같아요. 얼른 이사 와요!”

들켰다. 나는 출퇴근 시간이 무려 왕복 4시간이 걸린다.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페어와는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얘기도 하니 들켜 버린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왕복 4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그날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공부했다. 한 달 동안 총 4권의 책을 읽었고 학습 로그를 위한 글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났으며 지금까지 한 번도 지각하지 않았다. 물론 쉽지 않았으나 우테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성실함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잃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지각하지 않는 것을 골랐을 뿐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꾸준함과 성실함을 가지고 우테코 생활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화이팅.

세 번째 페어(레고) – “생각보다 인싸가 아니시네요?”

세 번째 페어인 레고가 처음 한 질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나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고 모두와 알 것 같았나 보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에게 관심도 많고 먼저 다가가는 편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과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아니 알게 되었다. 예전의 나는 나와 맞지 않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과도 잘 지내려고 했다. 그래서 싸워 보기도 하고 설득도 시켜보았다. 결국 지친 건 나였고 그렇게 체력을 쏟았던 인연은 남아있지 않았다. 어쨌든 우테코는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곳이고 나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테코에 오기 전부터 다짐한 것이 있었다. ‘공부에 방해될 만큼의 인연은 만들지 말자.’ 물론 차갑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필요한 다짐이었다. 지금까지는 이걸 잘 지켰으나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요즘 막 모르는 분들에게 개그 치고 싶고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성장을 위해 잘 지켜 내볼 것이다.

네 번째 페어(타미) – “칭찬을 많이 해주는 자존감 지킴이. 뭔가 어려운 시련이 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타미도 그렇다. 이렇게 멋진 칭찬을 내게 해주었고 페어 프로그래밍을 할 때 많이 의지할 수 있었다. 나는 칭찬을 아끼지 않은 편이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는 일단 웃고 본다. 왜냐하면 가장 전염이 빠르게 되는 것은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나도 그렇게 된다. 삶에서 유머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다. 페어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게 나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남은 우테코 기간 중 많은 어려움을 겪겠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과 나의 감정을 잘 섞어가며 헤쳐 나갈 생각이다. 아! 그리고 앞으로 만날 페어들에게 한마디만 하고 글을 마무리하겠다. “페어! 당신 자존감 딱 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