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우아한테크코스 크루 6인의, 고민하고 성장한 한 달 생활기
안녕하세요. 테크코스교육개발팀 조부용입니다.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선한 영향력을’ 이란 비전과 함께 시작한 우아한테크코스(이하 우테코)가 어느덧 4번째 기수를 맞이하였습니다. 지난 2월, 우테코는 작년보다 더 많은 인원(백엔드 과정 79명, 프론트엔드 과정 37명)과 함께 더 확대된 교육장(잠실 캠퍼스, 선릉 캠퍼스, 온라인 교육을 위한 게더타운까지!)에서 4기 교육을 힘차게 시작하였는데요.
아쉽게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교육은 전면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지만 크루들의 소프트웨어 학습에 대한 열정은 더 불타올랐습니다. 다양한 색깔의 크루들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교육에 참여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점도 많았는데요. 이 글을 통해 크루들이 한 달 동안 어떻게 생활하고 고민했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확인하고, 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우테코 4기 크루들의 우당탕탕 한 달 생활기를 보러 가실까요?
"뒤로 가고, 새로 고치고, 앞으로 가다!"
뒤로 가기 ⬅️
지금까지 내 인생은 ‘뒤로 가기’였다.
무언가에 도전했다가 막히면 쉽게 포기하였고,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스스로 한계를 규정짓는 겁쟁이였다. 여러 가지 핑계를 들며 내 선택을 합리화하곤 했지만, 사실상 도망에 가까웠다. 그러나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원해서 선택한 일이라기보다는 회피성 선택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다소 늦게 컴퓨터공학 전공을 시작했다. 개발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입학 후 매 학기 모든 과목을 재미있게 공부했고, 자연스레 성적도 잘 받을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더 이상의 뒤로 가기는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내 선택은 ‘뒤로 가기’였다. 4년간 공부해온 지식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지금 실력으로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거란 자신도 없었다. 결국 또다시 도망쳤다. 개발자와는 전혀 동떨어진 다른 시험에 도전했고, 실패했다.
새로고침 🔄
약 한 달간의 우테코 생활은 ‘새로고침’이었다.
불리는 이름부터 새로고침 되었다. 이곳에서만큼은 내 이름이 아닌 ‘민초’라는 닉네임을 사용한다. "민트초코를 좋아하셔서 닉네임이 민초인가요?" 처음 만나는 크루마다 같은 질문을 한다. 사실은 다른 의미로 지은 닉네임이다. ‘밟혀도 죽지 않고 일어나는 잡초와 같은 민중’을 의미한다. 매일 ‘민초’로 불리면 예전으로 돌아가려 하는 나를 조금이나마 제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은 것이다. 쉽게 포기하고, 도망치고, 끈기 없는 나를 새로고침 하고 싶었다.
‘뒤로 가기’의 의미도 새로고침 되었다. 우테코는 회고를 중시한다. 매 미션이 끝날 때마다 학습한 내용에 대해 회고하고, 데일리 미팅에서도 지난 한 주간의 회고를 한다. 이러한 정기적인 회고 외에도 다양한 회고 활동을 한다. 살면서 회고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숙제 중 가장 싫어하는 것이 일기 쓰기였다. 이랬던 내가 회고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회고 활동이 힘들었다. 회고라는 활동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러 차례 회고를 반복하다 보니 회고에 익숙해질 수 있었고, 회고라는 활동이 ‘오히려 좋아!’졌다. 이에 따라 자연스레 ‘뒤로 가기’의 의미도 새로고침 되었다. 현 상황에서 도망치기 위한 ‘뒤로 가기’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뒤로 가기’의 의미로 바뀌었다.
학습 방법도 새로고침 되었다. 우테코에는 평가가 없다. 처음에는 평가가 없다는 것이 걱정되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든 교육 과정에는 평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정량적인 평가를 받아야 현재 내 위치를 가늠하고,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정량적인 평가가 없다 보니 "A+이네? 이건 더 안 해도 되겠다"와 같은 자만에 빠지지 않게 된다. 오히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서 내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보완해나갈 수 있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가기 ➡️
약 한 달간의 우테코 생활은 ‘앞으로 가기’였다.
우테코에 들어오고 나서는 단 한 번도 뒤로 가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만 나아갔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미션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틈이 없기도 했지만 우테코에서의 생활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우테코에서의 하루하루는 짜릿했다. 다가오는 미션, 새로운 페어, 수업, 다양한 특강들은 전혀 지루해질 틈이 없을 정도로 늘 새로웠다.
우테코의 모든 것이 좋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다. 모든 크루들이 열정적이다. 첫 팀 프로젝트였던 ‘보이는 라디오’에서 단 한 명의 크루도 빠짐없이 자기가 맡은 배역에 충실히 임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데도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대학교 때 수없이 겪었던 조별 과제를 생각하면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로 모두가 열정적이었다. 개발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열정적인 크루들이 놀라웠고, 대단했다.
우테코에서 생활은 ‘꿈’이다. 개발을 잘하는 크루들을 보면,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될까?" "합격한 게 꿈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이렇게 뛰어난 크루들과 함께 개발자라는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어 좋다는 생각도 든다. 약 한 달 동안 뛰어나고 열정적인 크루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남은 시간 동안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짜릿해! 늘 새로워 우테코가 최고야!
"우테코라는 여행을 떠나며"
사람은 스스로 엮은 의미의 그물 속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라고 한다. 우아한테크코스에 오기 전과 오고 나서 겪었던 일들을 내 삶을 지탱하는 명언들과 엮은 그물을 만들어 나의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언젠가 또다시 혼란을 겪을 미래의 내가, 이 그물을 기억하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아한테크코스에 오기 전
"모든 반짝이는 것들이 금은 아니며, 모든 방황하는 이들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
우아한테크코스에 오기 전, 작년은 정말 끝없이 방황한 한 해였다. 머리에 꽃밭이 가득한 행복회로를 장착하고 대학교 졸업 후 무작정 웹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고자 혼자서 1년 동안 공부했다. 이전에도 혼자서 거뜬히 어려운 공부를 해왔으니 무리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쉽지만,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라는 문장을 이메일에서 몇백 번 보고 나니, 그렇게 좋아하던 개발이 싫어지며 여름부터 겨울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번아웃에 접어들었다. 마땅한 성과가 없는 취업 준비가 1년이 넘으니, 오랫동안 밤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서웠다. 이 시기의 나는 진심으로 개발을 그만두겠다고 다짐하기도 하며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아한테크코스 4기 모집 소식을 알게 되었고 혼자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한다면 다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해서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지원했다.
그렇게 우아한테크코스에 오게 되었고, 이제는 개발을 처음 시작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궁금하고 재미있다. 결국 1년 가까이 이어진 나의 방황은 ‘길을 잃음’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만들기 위한 조금은 돌아가는 여정’ 이었음을, 그리고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음을, 우아한테크코스에 와서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다고 앞으로 내 앞에 꽃길만 놓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아마 앞으로 끊임없이 방황 할 지도 모른다. 어쩌면 더 커다란 방황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모든 방황하는 이들이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니까. 가끔은 방황이 나를 멋진 길로 인도해주기도 한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 보였으니까.
우아한테크코스에 온 후
"넘어지면 무언가를 주워라"
우아한테크코스를 시작한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개발을 대하는 태도이다. 이전에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최고의 답안’을 찾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개인 프로젝트에서도, 동아리 프로젝트에서도 최대한 실패하지 않고 모두에게 인정받으려고 발버둥 쳤다. 그러다 보니 번아웃이 쉽게 찾아왔다.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고, 나보다 더 나은 남들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일상의 반복이었다. 조그마한 실패에도 자신을 다그쳤다. 이는 레벨1 초반에도 지속되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설계를 할까?’라는 고민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로인해 다른 크루들처럼 이것저것 시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지식의 저주에 발이 묶이고, 자괴감에 빠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를 리뷰어님과 코치님께 털어놓았고, 결과적으로 개발을 바라보는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완벽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틀리며 이게 왜 틀린 지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나의 목표는 ‘매일 매일 부지런히 빠르게 실패하기’이다. 10개월 내내 실패만 하다가 끝날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제 내 앞에 쌓인 실패들이 두렵지 않으며 오히려 기대된다. 넘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이 앞으로의 나의 삶을 지탱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내일은 또 어떻게 넘어져서 어떤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될까?
"모든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을 볼 수 있다"
우아한테크코스에 와서 여러 다른 이유로 닮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누군가는 정말 섬세하게 공부하고, 누군가는 개발자로서의 신념이 뚜렷하며, 누군가는 정말 재미있게 개발 자체를 즐긴다. 또 누군가는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잘하고, 말을 상냥하게 하며, 리더쉽이 있다. 이렇게 제 각기로 빛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면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고, 더 좋은 개발자를 넘어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에 휩싸인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얻어 갈 수 있는 가장 값진 경험이 아닐까 싶다.
좋은 개발자를 넘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기 전에 좋은 삶으로 성장하기.
눈 깜짝할 사이에 우아한테크코스에서의 한 달이 지나갔다. 매일 아침 10시에 데일리 미팅을 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페어와 만나고, 늦게까지 미션을 하다가 잠드는 현재의 삶은 아직은 어디로 날 데려가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방황으로 그려진 지도가 있고, 실패라는 표지판이 있으며, 사람이라는 나침반이 있으니 그 무엇도 두렵지 않다.
"부모님 전 상서"
1월 2일
어머니, 아버지 안녕하십니까. 결혼기념일에 함께 하지 못 한 게 처음이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계신 곳까지 내려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새해부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함께 전하게 되었어요. 물론 나쁜 소식부터 알려 드려야겠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취업 준비 상태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서울로 올려 보낸 아들 녀석이 겨우 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자 마자, 2개월만에 그만두고 부모님께 다시 손을 벌린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게 되었어요. 정말 면목이 없네요. 실망하시기 전에 좋은 소식을 마저 전해드리고 싶어요. 전공을 제쳐두고 새로 공부하던 컴퓨터 분야의 정말 괜찮은 교육 과정에 합격했어요.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1년 더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것 보다, 잠깐 움츠리면서 1년 더 공부하는 게 제 미래가 더욱 밝을 것이라 판단했어요. 철부지 아들이 스스로 판단한거라 못 미더우시겠지만, 이번만큼은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교육 과정에 붙었기에 최선을 다해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곧 설에 찾아 뵙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2월 18일
어머니, 아버지 설에 찾아 뵙고 난 뒤 금세 인사드립니다. 서울은 여전히 많이 춥네요. 진행된다는 교육 과정이 지난주부터 시작되었어요. 약 120명이라는 동료들의 수가 실감이 나지 않았는데, 직접 온라인으로 만나보니 정말 많네요. 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신대로 모나지 않게 행동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말하는 습관이나 행동을 되게 조심하게 되더라구요. 먼저 말도 잘 못 꺼내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머뭇거리는 제 모습이 낯설어 졌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잘 헤쳐나갈 수 있을 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그럼 오늘 밤도 평안히 주무시길 바랍니다. 또 연락 드릴게요.
3월 11일
어머니, 아버지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벌써 3월 중순이네요. 시간이 약이라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조급해지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이미 교육 과정에서는 동료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놓았더라구요. 함께 꽁트를 한다던가, 프로그램을 함께 짜는 등 여러 활동들을 진행하면서 같이 교육을 받는 동료들과 꽤 친해졌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피곤하고 힘든 일일수도 있지만, 재밌고 적극적인 동료들 덕분에 다행히 무탈하게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럼 다들 건강하시고 곧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3월 28일
어머니, 아버지 건강하게 지내고 계시죠? 날이 많이 풀렸는데 아직은 이따금씩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네요. 현재 모든 교육 과정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 동료들과 친해져서 오프라인으로 자주 만나 공부도 같이 하고 식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들은 잘 해낼 거라는 어머니의 기대와는 달리 자신감은 점점 작아져만 가네요. 미션을 진행하면서 다른 동료들의 작품을 보니, 제가 완성한 미션이 초라하게 보여지더라구요. 하지만 혼자 꿍해있으면서 소심하게 질투하기 보다는 동료들과 제 차이를 살펴보고 기록하며 성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좋아하던 것과 점점 멀어지게 되었어요. 유튜브를 시청하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고, 아버지께서는 아쉬우시겠지만, 술도 적게 마시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께는 영원한 철부지 아들이겠지만, 점점 나아지고 변화해가는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곧 첫 단계가 끝나고 짤막한 방학이 있습니다. 그 때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작년 8월, 4년을 다닌 회사에 사표를 내고 꿈꾸던 일을 해보겠다며 프로그래밍 공부를 시작했다. 퇴사 전, 부모님께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대책 없이 그만두려는 겁 없는 아들을 크게 우려하셨다. 누군가는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는 낙원은 없다"며 겁을 주기도 했다. 회사를 잘 다니다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프로그래밍을 갑자기 배워 개발자가 되겠다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는 말도 들었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우아한테크코스에서 한 달을 경험한 지금, 여전히 그 선택에 만족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당시 선택한 ‘도망’ 혹은 ‘자유’가 나에게는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생각보다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세상은 급격하게 변한다. ‘상태’는 시간에 따라 내부 혹은 외부의 변인에 의해 의도치 않게 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불확실한 인생에서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는 행동에 대한 믿음이다. 이러한 ‘도망’ 혹은 ‘자유’라는 ‘행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도망’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어감을 띄고 있어서, 스스로 ‘도망쳤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인간으로서 자연스러운 ‘도망’이라는 메커니즘을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오히려 회의감이나 위기감을 느끼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그 상태에 머물러서는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다. 기존의 안정된 질서에서 ‘무엇을 향하여’ 도망칠 수 있는 용기를 내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결국 도망이 ‘적극적 자유’를 지향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가 충고하며 인용했던 "도망쳐서 도착한 곳에는 낙원이 없다"는 말의 속뜻도 겉보기와 다르다. 이 말은 만화책 ‘베르세르크’ 주인공의 유명한 대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대사는 도망치지 말고 무조건 버티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목적 없이 살면서 노력도 하지 않는데 나아질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목적을 지녔고 노력할 의지도 있다면, 딱히 명확한 행선지가 없더라도 기존의 안정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도망’ 자체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나는 그렇게 ‘도망쳤다’.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 속에 오랜 기간 동안 깊이 박힌 열정을 더는 미룰 수 없어 무작정 퇴사하였고, 프로그래밍 공부는 퇴사 후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회사에 다니면서 개발 공부를 병행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와 공부를 어설프게 병행하다가는 결국 시간만 낭비하고 스스로 힘에 부쳐 공부를 포기하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둘 중에서 내가 무엇을 더 간절히 바라는가에 대해 자문했을 때, 당연히 새로운 도전을 원했기 때문에 안정으로부터 ‘도망’을 택했다.
무언가가 끝남으로써 비로소 새로운 무언가가 시작된다. 그때 퇴사를 했기에 우아한테크코스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우아한테크코스에 들어오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른 대안을 찾았겠지만, 이곳만큼 프로그래밍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든다. 우아한테크코스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 이상이 지났는데, 두 가지는 명확히 알게 됐다. 프로그래밍 공부는 어렵다는 것과 우아한테크코스의 과정은 재밌다는 것이다. 크루들과 코치들 덕분에 배움의 과정 전반이 항상 흥미롭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몰입하면서 동시에 재미까지 느끼는 것은 행운이다.
이러한 행운을 얻게 된 과정을 회고하던 도중, 보진 않았지만 어디서 들어본 듯한 어느 드라마 제목을 떠올린다.
“도망치는 것은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To. 우테코"
안녕 우테코~ 나야
나 무비야. 친한척해서 미안해.. 누구냐고 물어볼 거라곤 생각 못했어.. 우리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온라인으로 조금은 친해진 줄 알았거든.. 생각해보니깐 반말해도 되나..? 나 유교걸인데 미안해..
너에게 사과할 일이 있다면 난 초반부터 초심을 잃었던 것 같아. 들어오기 전까지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마음을 무척이나 졸였는데, 들어오자마자 서운하게 한 것 같네. 분명 들어오기 이전에는 ‘우테코에 너무 붙고 싶다’, ‘우테코에 붙게 되면 정말 열심히 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어. 그런데 들어온 이후로 공부가 너무 하기 싫고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이유는 우테코에 들어오기 전까지 해왔던 개발에 대한 번아웃과 갑자기 바뀐 생활패턴이었던 것 같아. 나는 엄청난 야행성 인간이고, 잠도 많은 편이라 아침형 생활이 너무 힘들었어. 그리고 우테코에 들어오기 전에 크진 않지만 작지도 않은 프로젝트가 끝난 직후라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었나 봐.
이렇게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이미 없어진 상태에서 여러 이벤트에 대응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 보이는 라디오라든지, 게더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라든지, 페어와 라이브쉐어를 키고 동시에 코딩을 해야한다라든지 나에게는 하나하나 너무 벅찼어. 이때 나는 어떻게라도 끝내자. 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 자기가 들어오고 싶다고 해놓고 어영부영 마무리만 하려는 마음이 너무 괘씸하지? 이때 나는 크루들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거의 없었었어. 심적으로 너무 지치니깐 사람을 대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우테코의 친해지려고 하는 활동들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이런 생각들이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점차 괜찮아 지겠지라는 마음으로 미션을 진행해왔던 것 같아. 어느 날 담당 코치님과 면담하는 시간이 있었어. 코치님과 면담을 하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든 것 같아. 면담 중에 "어떤 이유로 우테코에 들어온거야?"라는 말이 나오게 됐는데 뭔가 말문이 막히더라. 그 순간 내가 우테코에 왜 들어왔는지 이유를 설명 못하겠더라고. 잘하는 개발자가 되어야지! 그래서 취업 잘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지원했었는데 막상 들어오고 나서는 개발에 지쳤다니 나 자신이 너무 모순덩어리였어. 그리고 왜 개발자가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더라. 이때 많은 것들을 반성하게 됐어. 10개월이라는 기간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너를 찾아와 놓고, 날 도와주려는 너를 무시하고 막상 나 자신이 시간을 낭비하려 노력하고 있더라.
이후에 크루들을 한번 본 적이 있어. 그런데 신기하게도 크루들이랑 대화하니깐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생기더라.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어. 아까 말했듯이 그렇게 사람을 만나기 싫었는데 막상 만나고 나니깐 내 사라졌던 의지들이 자꾸만 다시 생기게 되더라. 크루들도 힘든 부분이 있구나, 나만 어려운 게 아니 구나를 실제로 듣게 되니깐 공감도 되고 정말 개발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 면담에서 페어프로그래밍을 진행할 때 너무 지친다는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어. 말을 하면서 코딩을 하는 게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난 페어프로그래밍이 지치는 게 아니라 지친 상태로 페어프로그래밍을 하니깐 힘들었던 것 같아. 하리, 마르코, 티거, 민초 내 페어들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었고 나를 도와주고, 같이 성장하려고 했던 사람들밖에 없었어. 고마운 마음은 잊고 어린아이처럼 너무 힘들다, 지친다만 반복했던 나를 너무 반성하게 된다.
요즘 나는 주변 크루들에게 너무 감사함을 느껴. 물론 우테코 너한테도 정말 고맙지만, 크루들이 너무 좋더라. 한 달이 지나서야 같이 성장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된 것 같아. 요즘에는 게더에 자주 있기도 하고, 친하지 않은 크루에게도 말 한마디 걸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 이런 변화,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니? 나는 너무 좋아서 나 자신에게 칭찬을 와다다 해주고 싶어.
우테코야, 우리 만난 지 한 달이나 흐르게 됐네. 고맙다는 말로 도배하고 싶을 만큼 고마워. 처음에 널 서운하게 한 점은 정말 미안하고, 지금의 나의 심정 절대 잊어버리지 않도록 노력할게. 우리 꼭 좋은 사이로 같이 성장하자. 난 이제부터 꾸준히 왜 내가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할 것 같아. 이유도 모르면서 공부하고, 남에게 목표를 물어보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잖아? 반성하고, 반성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꼭 실천하는 무비가 되도록 할게.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테코 너도 도와줘~ 안녕 다음에 또 보자!
from. 무비
"러닝과도 같았던 한달 간의 우테코 생활"
뛰고 있는 당신에게 🏃♀️
한달 전부터 석촌호수에서 러닝을 하고있다. 할 일이 태산인데, 하지 않아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다리라도 아프면 꼼짝없이 앉아 공부하지 않을까? 라는 웃긴 생각에 시작되었다. 석촌호수는 약 3km의 코스이다. 돌다보면 롯데타워, 롯데월드 등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이따금 자이로스윙에서 지르는 비명소리가 들려 러닝의 재미를 더한다. ‘목표는 완주’. 완주를 위해 나름 러닝화와, 이어폰이라는 장비 빨도 세웠다.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걷다보니 나를 지나쳐 가는 러너들이 보인다. 그들이 꼭 ‘그정도 밖에 못하냐?’ 라고 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지나간 사람을 따라잡고 싶어져 엉겁결에 뛰기 시작했다. 따라 잡자는 마음을 먹고 나니 격차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우테코도 붙었는데, 이걸 못하겠어?’
다시 자존감 채우고 방법을 모색했다.
‘티끌모아 태산 전략’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저 앞에 표지판 까지만 더 뛰자’
‘지금 앞에 걷고 있는 사람 까지만 뛰자’
이렇게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를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바로 뒤까지 따라 잡았다. 그 사람은 먼저, 오래 달린 탓에 숨을 고르고 있었다. 따라잡자는 목표가 코앞까지 왔으니 목에 피 맛이 나도 참고 뛰었다. 따라잡았을 때는 금메달 딴 선수 처럼 세레머니도 했다.
어라, 기쁨도 잠시 러너가 다시 뛰기 시작한다. 이후 서로 엎치락 뒤치락 하기를 여러번, 어느새 완주를 할 수 있었다.
한달간의 우테코 생활은 러닝과 같았다.
우테코는 개발자가 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지내다 보면 다른 크루들의 생활, 코치분들의 꿀팁 등 많은 볼거리가 있다. 이따금 크루들이 힘들다고 지르는 비명소리가 재미를 더한다. 마찬가지로 목표는 완주. 완주를 위해 나름 맥북 프로, 커피머신 등 장비 빨도 세웠다.
무작정 우테코 생활을 시작했다. 지내다 보니 나보다 앞서 가는 크루들이 보인다. 불안감과 조급함이 생긴다.
‘나도 저 크루처럼 되고 싶다.’
따라잡자는 마음을 먹으니 격차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처음엔 전력 질주를 했다. 주말도 없이 책을 읽고 내 삶과 우테코를 일치시켰다. 그러다보니 금세 체력이 바닥났다. 장거리의 핵심은 ‘나의 페이스 유지’임을 깨달았다.
다시 방법을 모색했다.
난 속도가 빠르지 않으니, ‘티끌 모아 태산 전략’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번에 알게 된 키워드까지만 공부하자’
‘강의에 나온 내용이라도 정확히 알고 넘어가자’
이렇게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루기를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레벨 1의 끝에 서 있다.
우테코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세요?
대다수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요’, ‘다른 크루들이 너무 잘해서 불안해요’라고 답했다. 정말 부족해서 불안한걸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우테코 사람들은 충분히 대단하다.여러분이 느끼는 불안함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서 느끼는 것이다.
한가지 예로, 난 드라마 보기를 좋아한다. 할 일은 최대한 미룬다. 그런 내가 낙오를 면할 수 있었던 것은 크루들이 곁에서 열심히 달려준 덕분이다. 크루들 덕분에 드라마를 끄고, 미루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불안함의 다른 이름은 ‘성장하고자 하는 욕심’아닐까? 불안함이 찾아오면 신발 끈 조이고 달려보자!
석촌호수가 약 3km의 코스이듯, 우테코는 10개월의 코스이다. 아무리 빨리, 열심히 달려도 결론은 완주일 뿐이다. 더 일찍 도착한 사람은 남은 이를 기다려야 한다. 남은 생활 동안 불안감이 찾아오면 속도는 달라도 결국 목적지는 같다는 것을 떠올리자. 확실한건 서로에게 힘이 될 것, 결국 완주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크루의 모습이 내게 동기가 되길, 내 모습이 크루들에게 동기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